'슈퍼 호황' 컬러강판, 가전 특수 끝나자 가동률 '뚝'

동국제강·포스코스틸 등 빅3
강판값 치솟자 공격적 라인 증설
작년 하반기부터 경기 침체 여파
라인 가동률 10% 이상 내려
코로나19 이후 가전특수로 ‘슈퍼호황’을 누리던 국내 컬러강판 시장이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경기 침체 여파로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주요 철강사도 라인 가동률을 10% 이상 낮추면서 물량 조절에 들어갔다.

23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컬러강판 생산량은 215만4000t으로, 전년(238만4000t) 대비 9.7% 감소했다. 동국제강, 포스코스틸리온(옛 포스코강판), KG스틸(옛 동부제철) 등 주요 철강사가 2020년 하반기부터 컬러강판 라인을 잇달아 증설하면서 생산능력은 300만t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지난해 생산량은 전체 생산능력의 70%대 초반에 그쳤다.

철강에 디자인을 입힌 컬러강판은 TV 냉장고 세탁기 등 고급 가전과 건축 내·외장재에 주로 쓰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인 비스포크와 오브제컬렉션에도 컬러강판이 사용된다.

국내 컬러강판 시장은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동국제강이 독주하고 KG스틸과 포스코스틸리온이 추격하는 ‘1강 2중’ 체제였다. 하지만 컬러강판 시장에 슈퍼호황이 찾아오면서 시장 판도가 급변했다. 작년 3분기 기준 동국제강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2%까지 떨어졌다. 포스코스틸리온과 KG스틸이 각각 20%대 후반까지 점유율을 높였다. 업계 4위와 5위인 세아씨엠과 아주스틸 점유율도 각각 10%대 중반까지 상승했다. ‘1강 2중’ 체제에서 ‘3강 2중’ 체제로 바뀐 것이다.업체들의 공격적인 라인 증설도 뒤따랐다. KG스틸은 2021년부터 컬러강판 연간 생산능력을 30만t, 동국제강과 아주스틸은 10만t가량 늘렸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가전 시장에 불황이 찾아오면서 컬러강판 시장은 차갑게 식었다. 동국제강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잠정치)은 7435억원으로, 전년(8030억원) 대비 7.4% 줄었다. 경기 침체가 본격 시작된 작년 하반기로 좁히면 동국제강의 영업이익은 2441억원으로, 전년 동기(4866억원) 대비 반토막 났다. 포스코스틸리온의 작년 영업이익은 382억원으로, 전년(1433억원) 대비 73.3% 줄었다.

컬러강판 업체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잇따라 라인 가동률을 끌어내리고 있다. 동국제강은 부산공장 컬러강판 라인 가동률을 기존 100%에서 10% 이상 낮췄다. 포스코스틸리온과 KG스틸도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