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건강보험, 아두헬름 이어 레켐비도 보험 적용 불허

[이우상의 글로벌워치] "정식승인되면 적용할 것"
미국 연방정부의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메디케어및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레켐비’의 보험 적용 불허 입장을 고수했다.

CMS는 레켐비의 사용에 건강보험 급여 지정을 재고해달라는 알츠하이머협회가 보낸 서신에 대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난 22일(미국 시간) 발표했다.레켐비는 지난달 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속승인을 받아 출시됐다. 병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확인된 알츠하이머 신약이다. CMS의 거부로 환자들이 레켐비 관련 보험혜택을 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해 CMS는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레켐비에 앞서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헬름에 대한 보험 적용을 불허했다. 당시 FDA로부터 정식승인을 받은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한해 보험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정식승인이 아닌 신속승인을 받아 출시된 레켐비는 정부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에 들어갈 수가 없다.

미국 알츠하이머 환자 및 가족으로 구성된 알츠하이머협회는 앞선 결정을 재고해달라는 서신을 CMS에 보냈다. CMS는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CMS는 메디케어 보험 적용 기준이 FDA의 신약승인 기준과는 다르다고도 덧붙였다. 약의 효능뿐 아니라 경제성까지 함께 검토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알츠하이머협회는 “바이든 행정부가 FDA에서 승인받은 치료법의 접근을 막는 부당한 결정을 고수한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반발했다.아두헬름 대비 레켐비가 확보한 임상적 근거의 수준이 달라, CMS의 입장이 무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두헬름은 2차례 진행한 임상 3상에서 효능에 대한 엇갈린 결과를 내놨다. CMS는 보험 적용을 위해 추가 임상을 통해 효능을 재입증하라고 권고했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비용 문제와 후속 제품인 레켐비의 개발 현황을 고려해 아두헬름 추가 임상을 포기했다.

레켐비는 신속승인의 근거가 된 임상 2상에 이어 이후 진행한 3상에서도 일관된 효능을 보였다. 18개월 간 추적조사한 임상 3상 결과에 따르면 레켐비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27% 늦췄다. 이를 근거로 에자이는 레켐비가 신속승인을 받은 지난달 6일 정식승인을 신청했다.

정식승인 시까지 보험 적용을 보류하겠다는 CMS 측의 입장이 합리적이란 의견도 나온다. 우선 추적조사 기간이 18개월로 짧다는 지적이 있다. 알츠하이머가 만성질환인 만큼 좀 더 장기적인 데이터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자이는 추적조사 기간을 늘려 임상에 참여했던 환자들의 경과를 관찰하고 있다.보험 가입자들이 공동으로 부담하는 비용에 대해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레켐비의 연간 약가는 2만6500달러(약 3447만원) 수준이다. 통상대로 환자들이 약가의 20%만 부담한다고 가정하면, 100만명이 레켐비를 사용할 때 1년 간 CMS에 청구되는 금액은 210억달러(약 27조3400억원)에 달한다. 한 미국 매체는 이 경우 메디케어 파트B 보험료를 5% 인상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수혜자가 늘어날수록 인상 금액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도 했다.

레켐비를 투약하기 전에 진행하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비용도 환자 또는 메디케어 측에 부담이 될 수 있다. FDA는 레켐비 등 항체의약품의 대표 부작용인 아밀로이드영상관련이상(ARIA)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약 첫 14주 동안 ARIA 관찰을 하라는 경고를 신속승인에 포함시켰다. 뇌혈관내 출혈 및 부종은 조치가 늦을 시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레켐비가 정식 승인받아 메디케어의 보장을 받더라도, 실제 투약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환자는 제한적일 것이란 우려도 있다. 1년 약가의 20%를 환자가 부담하면 연간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5300달러(690만원)다. 레켐비는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뿐 치료제는 아니기 때문에 알츠하이며 환자는 매년 약가를 지불해야 한다.문민호 건양대 의대 교수는 “소득이 줄어든 노년층에겐 보험이 적용된다 해도 충분히 부담되는 금액”이라며 “2주마다 의료시설을 찾아가 1시간씩 투약하는 치료 방식도 환자에게나 의료진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2월 24일 14시 13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