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공영방송, '조작' 히틀러 일기 공개…"독재자 미화하려 위조"

독일의 한 방송사가 40년 전 조작으로 판명된 나치 독일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의 일기 전량이 인터넷에 공개됐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공영방송 NDR은 최근 출판기업 그루너야르가 보관 중이던 이 위조 일기 수십 권을 정리한 뒤 우익 극단주의 사안의 전문가인 하요 풍케 베를린자유대학 정치학과 명예교수의 해설을 붙여 공개했다. 풍케 교수 등 연구진은 신나치 조직에서 자신들이 숭배하는 히틀러의 오명을 씻고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기 위해 히틀러의 일기를 조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일기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진 콘라드 쿠야우는 독일 정부가 불법화한 극우 성향의 민족주의행동전선(AFNA) 측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즉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영국인 데이비드 영 등 극단주의자들은 이 위조 일기를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소재로 활용해 왔다. 실제로 위조 일기에는 히틀러가 유대인들을 독일 동부의 점령지에 정착시키려 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특히 1942년 1월 20일 히틀러가 "이들 유대인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터전이 필요하다"고 쓴 것으로 돼 있다.

이날은 바로 나치가 베를린 근교 '반제'에서 회의를 열고 유대인들을 모두 죽여 '유대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결정한 당일이다. 풍케 교수는 이 위조 일기가 조잡한 언어로 가득 차 있다며 "'아, 저 유대인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글귀가 1942년과 1943년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며 이 시기가 특히 가장 많은 유대인이 학살당한 때라고 꼬집었다.

풍케 교수는 이 위조 일기 전량을 공개한다고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음모론에 힘이 실리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며, "너무 시시한 헛소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루너야르가 발행하는 유명 주간지 슈테른은 1983년 4월 히틀러의 일기를 동독에서 입수했다며 떠들썩하게 희대의 특종을 올렸다고 자랑하다 곧바로 가짜로 밝혀져 망신을 당했고, 이후 슈테른은 이 일기를 함부르크 본사에 보관해 왔다. 슈테른은 당시 약 1천만 마르크(당시 화폐가치로 약 30억 원)를 들여 이 위조 일기를 입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