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말러 초연한 프라하에 뿌리 둔 77년 전통 악단 지휘자 흐루샤 "드보르자크·야나체크 배출한 체코 민속음악의 힘 들려줄 것"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에 있는 인구 7만의 도시 밤베르크에서 1946년 창단한 밤베르크 심포니가 다음 달 7년 만에 내한 공연을 한다. 다음 달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내한 공연을 지휘하는 체코 출신의 지휘자 야쿠프 흐루샤는 24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체코와 독일이라는 두 국가에 뿌리를 둔 악단의 정체성을 프로그램에 녹여낼 것"이라고 소개했다.
밤베르크 심포니는 세계적인 수준의 악단 중 유일하게 대도시에 기반을 두지 않은 악단이다.
77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역사를 지녔지만 악단만의 특수한 창단 배경은 그보다 긴 역사성을 지니게 한다.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와 말러 교향곡 7번이 세계 초연된 도시인 체코 프라하에는 전통적으로 독일인 음악가들이 많이 머물렀다.
19세기에는 독일인 음악가들로 구성된 '프라하 독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프라하에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1940년대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체코의 정세가 혼란스러워지자 이들 중 대부분이 프라하를 떠나 독일 밤베르크에 자리를 잡게 된다.
그렇게 1946년 만들어진 밤베르크 심포니는 지금까지 체코와 독일에 뿌리를 둔 악단만의 독특한 색채로 전 세계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2016년부터 악단을 이끄는 상임 지휘자 야쿠프 흐루샤는 "밤베르크 심포니는 프라하에서 활동하는 체코 필하모닉과 같은 조상을 둔 '사촌 오케스트라'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번 내한 공연에서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인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과 브루크너 교향적 전주곡, 슈만 피아노 협주곡 등을 들려준다.
흐루샤는 "특유의 '보헤미안 사운드'를 가진 드보르자크의 곡은 체코 지휘자가 지휘하고 독일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기에 이상적인 음악"이라며 "밤베르크 심포니와 연주하기 정말 편안한 곡"이라고 소개했다.
흐루샤는 체코가 배출한 세계적인 지휘자다.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뮌헨 필하모닉 등 세계 유수의 악단과 호흡을 맞춘 흐루샤는 인구 1천만 명에 불과한 체코의 문화적 힘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이렇게 작은 나라에서 드보르자크, 야나체크 등 명성을 가진 작곡가들을 배출했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체코는 정치적으로 강력했던 역사가 없던 나라예요.
정치가 아닌 창조의 힘으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 필요성이 있었을 수도 있죠. 고통과 절망이 아닌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체코 민속 문화의 힘이 지금의 관객에게도 매력적으로 전달된다는 것이 감동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