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파·몬트리올파…파벌도 등장한 '베이글 전성시대'

베이글 열풍에 전문점 급증
줄서서 먹는 맛집도 나와
파리바게뜨·신라호텔도 가세
유대인의 전통빵에서 유래한 베이글이 국내 베이커리 시장을 휩쓸고 있다. 베이글 맛집으로 소문난 빵집에 ‘오픈런’이 이어지고 소비자들 사이에선 뉴욕파, 몬트리올파 등 이른바 ‘베이글 파벌’까지 등장했다.

베이글 전문점 급증

24일 국민카드가 2019~2022년 국내 디저트 전문점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베이글 전문점 가맹점 수는 최근 3년간 117% 증가했다. 베이글 전문점의 매출 증가율은 216%로 나타났다. 도넛, 아이스크림, 케이크 등 다른 품목보다 가맹점 수와 매출 증가율이 월등히 높은 수준이란 게 국민카드의 설명이다.

베이글은 밀가루와 소금, 효모로 반죽을 만들어 고리 모양으로 구운 빵이다. 정통 방식에선 달걀, 우유, 버터가 들어가지 않아 지방과 당분이 상대적으로 적다.

국내에선 창고형 할인 매장인 코스트코와 베이커리 도매상 정도에서 베이글이 주로 유통되다 최근 몇 년 새 오프라인 전문점이 급격히 늘었다. 열풍의 원조 격으로 꼽히는 ‘베이글 3대 맛집’으로는 ‘코끼리 베이글’ ‘마더린너 베이글’ ‘런던 베이글 뮤지엄’(사진)이 꼽힌다.

3대 베이글 맛집은?

코끼리 베이글은 서울 영등포구 등 3개 매장을 갖고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 방식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몬트리올식 베이글은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 화덕에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게 굽는 것이 특징이다.

치밀한 질감에 다양한 크림치즈를 얹은 뉴욕식 베이글로는 마더린너 베이글이 많이 거론된다. 이 베이글 매장의 사장은 미국 뉴욕에서 13년 동안 장모가 운영한 베이글 전문점을 한국에 들여왔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 평일에도 몇 시간 기다리는 게 기본인 가장 ‘핫’한 전문점으로 꼽힌다. 여러 가지 원재료를 섞은 베이글과 샌드위치를 선보이고 영국풍 인테리어로도 유명해 SNS에 자주 등장한다. 그 외에도 ‘포비’ ‘아이엠베이글’ ‘에브리띵베이글’ 등 베이글 전문 브랜드가 잇따라 출점하고 있다.

대형 베이커리·호텔도 베이글 강화

대형 베이커리에서도 베이글이 주요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연구소를 중심으로 2021년부터 1년 넘게 베이글을 개발해왔다. 제품 콘셉트는 부드러운 몬트리올식 베이글과 밀도가 높은 뉴욕식 베이글의 장점을 합친 쫀득한 식감의 한국식 베이글이다.

지난해 9월 20여 개 직영점에 출시한 데 이어 최근 전국 3400여 개 매장에서 베이글 신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당일 생산된 베이글이 모두 조기 품절되고 베이글의 점포당 하루평균 매출은 20% 가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라호텔은 유대인 빵 제조기술자의 노하우를 찾아내기 위해 6개월 동안 파티시에들이 연구개발에 매달릴 정도로 베이글에 공을 들였다. 제주 씨감자를 이용한 천연발효종을 넣은 베이글을 개발해 최근 제주신라호텔에 선보였다.베이커리업계에선 상당 기간 베이글 열풍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이글이 식사, 디저트, 간식 등 여러 가지로 활용될 수 있는 품목이어서다. 제빵업계 관계자는 “베이글이 식빵을 대체할 정도의 대중성을 확보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