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로 '챗GPT' 인기 입증하더니…엔비디아, 'AI 산파' 됐다

23일 엔비디아 주가 14% 급등
황 CEO "AI 클라우드 서비스 오라클, MS, 구글에 이미 공급"
골드만삭스 "엔비디아 사업 악화 예상했지만 틀렸다"
씨티그룹, 번스타인 등 월가 은행 일제히 목표가 올려
미국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챗GPT 수혜주'로 떠오르면서 올해에만 주가가 60% 이상 올랐다.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자 월가 은행들도 잇따라 목표주가를 높였다.

23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4.02% 오른 236.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0일 주가(146.14달러)보다 62% 높다.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AI인 ‘챗GPT’ 열풍이 주가 상승의 주역이다. 출시 후 두 달 만에 챗GPT가 사용자 수 3억명을 돌파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자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사인 엔비디아로 투자 수요가 몰렸다. GPU는 단순 연산 반복에 능해 AI 머신러닝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AI 클라우드 서비스 소식도 주가를 끌어올렸다. 22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브라우저를 열기만 하면 AI 슈퍼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엔비디아 DGX 클라우드’를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클라우드를 통해 이미 공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완성차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와의 AI 소프트웨어 개발 현황도 함께 공개했다. 엔비디아가 예상한 올 2~4월 매출(65억달러)도 월가 예상치(63억3000만달러)를 웃돌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키웠다.

엔비디아가 신속히 AI 사업을 확장하자 반도체 산업 불황을 이유로 보수적인 평가를 해온 월가 은행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23일 도시야 하리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의 사업 악화를 예상한 우리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걸 인정한다”며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는 275달러를 제시했다. 씨티그룹(210달러→245달러), 번스타인(200달러→265달러), 오펜하이머(250달러→275달러), 파이프샌들러(225달러→275달러), 니덤(230달러→270달러) 등도 목표가를 높였다.

엔비디아가 산업 전반에 AI를 보급하는 ‘산파’ 역할을 할 것이라는 호평까지 나온다. 티머시 아큐리 UBS 애널리스트는 “오랫동안 엔비디아는 제품 주기에 좌우되는 주식이었지만, 이제는 회사 역사상 가장 강력한 신제품 주기와 시장 확장 적기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는 2021년 11월 암호화폐·메타버스 열풍의 수혜주이기도 했다. 당시 암호화폐 채굴과 메타버스 기술 구현으로 GPU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에 엔비디아 주가는 사상최고가(329.85달러)를 기록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