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도둑맞은 자전거·따스한 햇볕이 비치는 창가에 서서

툰드라
▲ 도둑맞은 자전거 =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내가 들려줄 이야기는 자전거에서 시작된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도둑맞은 자전거에서 시작된다.

'철마가 우리 가족의 운명을 바꿔놨어.' 어머니는 툭하면 이렇게 말했다.

"
소설은 '철마'라고 부른 사라진 자전거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청의 아버지는 1992년 대만 타이베이의 큰 상가가 허물어지던 날 자신이 타던 자전거와 함께 사라졌다.

성인이 된 청은 고물수집가를 통해 자전거 행방의 힌트를 얻고 아버지의 발자취를 추적해 간다.

자전거를 찾는 여정은 대만의 현대화 과정, 식민 시대 역사, 전쟁에 휘말린 인간과 동식물의 일생이 얽히며 대만 100년사를 아우른다. 대만 작가 최초로 2018년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롱리스트)에 오른 우밍이가 한국에서 처음 출간한 장편 소설이다.

그는 당시 부커재단이 홈페이지에 자신의 국적을 '대만'에서 '대만, 중국'으로 바꿔 표기하자 반발해 화제가 됐다.

비채. 472쪽.
▲ 따스한 햇볕이 비치는 창가에 서서 = 김장실 지음.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작사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가에는 '남들이 모두 잠들었을 때 홀로 눈을 떴구나', '남들이 모두 섰을 때도 홀로 걷는구나'란 구절이 있다.

저자는 "시대 정신을 구현하려는 예술가의 치열한 몸부림을 설파한 가사"라며 "바로 이것이 이어령 장관을 평생 이끌고 온 작가 정신이라 본다"고 이야기한다.

이달 26일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이 전 장관 1주기다.

2008~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을 지낸 김장실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펴낸 에세이집의 한 대목이다.

그는 문체부 공직과 예술의전당 사장,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문화예술종교 분야 전문가로 종종 이 전 장관에게 자문을 구하고 대소사를 의논했다고 한다.

저자는 에세이집에서 공직자로 일하며 만난 진관사 법해 주지스님, 용궁사 능해 주지스님,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 소프라노 조수미 어머니 등과의 일화를 전하며 삶의 가치를 일깨운다.

그는 "인생은 만남의 연속"이라며 "불가에서는 인연에 따라 사람이 오고 간다고 한다.

그래서 좋은 인연을 지으면 좋은 만남이 이루어지고, 나쁜 인연을 지으면 나쁜 만남을 피할 길이 없다"고 말한다.

일상 속 풍경과 시와 음악 등을 접하며 사색한 이야기에는 인생과 자연의 순리가 담겼다.

선. 213쪽.
▲ 툰드라 = 강석경 지음.
내년 등단 50주년을 맞는 강석경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그간 장편 소설은 꾸준히 냈지만 소설집은 1986년 '숲속의 방' 이후 37년 만이다.

1987년 발표한 '석양꽃'부터 지난해 '툰드라'까지 35년의 간극을 둔 작품 8편을 모았다.

그는 "소설집은 이로써 마지막 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수록작은 불교적 색채가 짙다.

세속을 떠나 해탈을 갈망하는 인물들의 무수한 번뇌가 담겼다.

표제작 속 주영은 어린 시절 친구 승민과의 작별 여행을 몽골로 떠난다.

세간의 시선에서 불륜인 둘은 이 여행에서 관계를 정리하고자 한다.

이별을 고한 주영은 낙원처럼 펼쳐진 몽골의 대자연을 마주하고 구속되지 않는 자유를 느낀다.

"해탈이 거기 있었다.

"
'석양꽃'에선 속세의 사랑에 번민하는 의선에게 스님이 말한다.

"되풀이되는 업의 윤회를 끊으려면 자신을 관(觀) 해야지. 자기를 통하지 않고는 진정한 구원이란 없어요.

"
작가에게 글을 쓰는 일은 고통을 수반하는 자기 탐구이자 갖가지 상념을 다스리는 구도의 과정과 같다. 강. 312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