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잘나가네"…4조 클럽 목전 코웨이의 폭풍 성장 비결 [강경주의 IT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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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의 IT카페] 72회국내 렌털 1위 코웨이가 글로벌 경제 악화 속에서도 4조원에 육박하는 연매출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영업이 기대 이상의 호실적을 거둔 데다 국내 시장 지배자 지위도 공고히 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코웨이는 올해 '해외통' 서장원 대표 체제를 본격화하고 해외 매출 증가에 더욱 고삐를 죄는 한편 국내 영업망 강화에도 힘써 렌털 업계 최초 '4조 클럽'에 가입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매출 3조8561억 영업익 6774억 사상 최대
글로벌 경제 위기에도 해외 법인 폭풍 성장
비렉스 등 앞세워 국내 1등 지위 방어 나설 듯
올해 4조 전망…"'글로벌 코웨이' 초석 다질 것"
말레이시아가 끌고 태국이 밀고…해외 매출 '쑥쑥'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웨이는 지난해 전년대비 매출 5.2%, 영업이익 5.8% 증가해 각각 3조8561억원, 6774억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호실적은 말레이시아 법인을 필두로 주요 해외 법인들이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간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코웨이의 국내 환경가전 매출은 2조277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해외 법인 연매출은 1조4019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15.4% 증가하면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특히 해외 법인 매출의 70~80%를 책임지는 말레이시아 법인 매출은 전년 대비 11.4% 증가한 1조916억원을 기록하며 처음 1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2020억원으로, 코웨이 전체 영업이익의 30%를 차지하고 있다.고전을 면치 못하던 태국에서의 성과도 두드러졌다. 말레이시아보다 3년 앞선 2004년 진출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태국 법인 지난해 매출은 793억원으로 전년 대비 68.8% 증가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태국 계정 수는 12만6000계정(통상 손익분기점은 10만계정)으로 추정되면서 올 하반기부터는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해외 매출 두 번째 규모인 미국 법인의 연매출도 1998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17.8% 증가하며 매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코웨이는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일본, 유럽 등 다른 글로벌 시장에서도 사업을 키우고 있어 해외 법인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실제 해외법인 매출은 2017년 2913억원에서 2019년 6476억원, 2021년 1조2151억원을 넘어 지난해에도 지속적인 성장 기조를 이어갔다. 비중은 2017년 11.6%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6.4%까지 확대됐다. 계정 역시 2017년 78만개에서 지난해 301만개로 약 4배가량 늘었다. 2~3년 내 해외 매출이 코웨이 전체 매출의 절반에 육박할 것이 확실시된다.
해외 호실적 비결 '철저한 현지화'
해외 호실적 이유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서다. 말레이시아 정수기 시장 점유율 1위인 코웨이는 2007년 현지 최초로 렌털 및 코디 서비스를 도입해 시장 판도를 바꿨다. 당시 말레이시아 정수기 업체 대부분이 관리 서비스 없이 소비자가 직접 필터를 교체해 사용했기 때문에 정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디 시스템이 큰 호응을 얻었다. 2010년에는 인구의 약 70%를 차지하는 무슬림 고객을 고려해 업계 최초로 '할랄(HALAL) 인증'을 획득하며 신뢰를 얻었고 온수를 즐겨 마시는 동남아 문화에 맞춰 온수 기능을 특화한 정수기를 개발한 점도 주효했다.미국 시장에서는 아마존과 손잡고 정기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고객들의 집 간 이동거리가 멀고 타인이 집안에 들어오는 것을 꺼리는 특성을 고려해 한국식 코디 서비스보다는 정기배송을 통한 필터 관리 시스템을 적용했다. 공기청정기 최초로 아마존 인공지능(AI) 플랫폼 '알렉사(Alexa)'를 연동했고, 아마존 소모품 자동배송 시스템인 DRS(Dash Replenishment Service) 서비스를 탑재한 최초의 공기청정기 '에어메가'를 선보인 것도 매출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서장원 대표 "글로벌 코웨이 도약 위한 초석 다질 것"
업계는 코웨이의 해외 매출 증가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초 '해외통'으로 불리는 서 대표 단독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해외 사업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서 대표는 코웨이 합류 전 넷마블에서 해외 자회사 인수합병(M&A)을 주도하고 해외 매출 증가를 이끈 인물이다. 서 대표는 "올해는 '위기에 강한 코웨이, 도전하는 코웨이'로 방향을 정했다"며 "이를 위해 본연의 비즈니스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미래 신성장동력도 확보해 글로벌 코웨이로의 초석을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국내에서는 매트리스, 안마의자 제품군을 아우르는 신규 브랜드 '비렉스'를 내세워 새로운 수요 창출에 나선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브랜드 론칭 후 선보인 '비렉스 안마의자 마인'은 출시 두 달 만에 초도 물량이 매진됐다. 서 대표는 "비렉스가 또 하나의 견고한 매출 축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코웨이는 성장이 정체된 국내 시장에서의 매출 다변화를 위해 B2B(기업 간 거래) 전용 사이트 '비즈니스솔루션'도 열고 기업고객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 고객의 구매 편의성을 높이고 맞춤서비스를 제공해 경쟁사의 도전을 뿌리치고 '집토끼'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코웨이는 호텔, 은행, 정보기술(IT) 기업, 화장품 기업, 유통사 등 50여개 기업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DL이앤씨와 공동주택 세대 수처리시스템 도입, KT와 초이스요금제 출시 등 다양한 산업의 고객사와도 제휴하고 있다.
코웨이는 공시를 통해 올해 4조원의 매출액과 702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3.7%, 3.6% 늘린 값이다. 최근 렌털 업계가 목표치를 보수적으로 잡고 있는 것과 상반된 행보다.
업계 관계자는 "말레이시아는 잦은 홍수와 경제 발전으로 인한 국민 생활 수준 향상 등으로 깨끗한 물, 공기 등 프리미엄 수요가 높아지는 시장"이라며 "현지 인지도를 기반으로 매트릭스와 안마의자 등 다른 제품군의 관심까지 덩달아 높아져 견조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