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미쳐가"…공개된 통화 녹취록 속 러 병사의 절규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군이 본국에 있는 가족과 통화한 대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지난 23일(현지시간) AP통신은 우크라이나 당국이 러시아 병사들의 통화를 도청해 녹취한 내역을 입수해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자국 기지국을 통하는 러시아 병사들의 통화를 도청해 자국 군인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녹취록은 러시아군으로부터 도청한 통화 내역 2000여건 중 일부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주둔한 병사 A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 같다며, 여기 같은 지옥을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병사 B는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을 전하며 자신이 죽인 우크라이나군을 동정했다. 그는 "우리는 탱크 4대를 파괴했다. 우리가 이겼다. 저기 누워있는 18살, 19살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나와 다르지 않다"며 괴로워했다. 그는 일부 군인이 병가를 얻기 위해 스스로 총을 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병사 C도 어머니에게 "이곳은 나를 미치게 한다"며 "필요하다면 (우크라이나인들을) 죽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체를 싹 밀어버릴 때까지 우린 아마 여기 머물게 될 것"이라며 "저 해충들을 모두 제거할 때까진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AP통신은 이같은 대화 내용에 대해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을 갖고 있었던 이들이 어떻게 타인에 대한 끔찍한 폭력에 연루되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