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프독, 우크라 나토 가입 대신 방위협정 모색…종전협상 유도"

WSJ "정회원보다 못하지만 충분한 안전보장 제공 가능성"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요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정식 가입 대신 우크라이나와 나토의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방위협정을 모색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이들 3개국 당국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모든 영토를 재탈환할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에 나서도록 독려하는 인센티브로 이 같은 방위협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들은 종전을 위한 평화회담이 언제 어떤 조건에서 시작될지는 전적으로 우크라이나의 결정에 달렸다면서도,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최근 제시한 협정의 청사진을 프랑스와 독일도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낵 총리는 지난주 우크라이나가 종전 이후에도 자국을 방어할 수 있도록 첨단 군사장비와 무기, 탄약에 더 폭넓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협정을 제안하면서 이 계획이 오는 7월 열리는 NATO 연례회의 의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포함해 전장에서 '결정적 이점'이 될만한 무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당국자들은 그러나 이러한 공개적인 수사 뒤에는 우크라이나가 동부와 크림반도에서 러시아를 몰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3국 정치인들의 깊어지는 의구심이 숨어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한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러시아가 승리해서는 안된다고 되풀이하지만 전쟁이 현재와 같이 격렬하게 이어지며 장기화한다면 우크라이나의 손실은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라며 "또한 아무도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되찾을 수 있으리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WSJ은 또한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이달 초 파리에서 만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러시아와의 평화회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엘리제궁에서 만찬을 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위대한 전쟁 지도자이지만 이제는 정치인으로서 수완을 발휘해 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하면서, 프랑스와 독일처럼 숙적 관계인 국가들도 2차 세계대전 이후 화해했다고 지적했다고 이들 소식통은 전했다.

이러한 논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 지도자들이 전쟁 발발 1주년을 맞아 러시아 침략에 대응하기 위한 단결을 강조한 것과 대비된다. 서방 지도자 누구도 우크라이나가 조만간 러시아와 종전회담을 개시할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한 영국 당국자는 나토와 우크라이나의 방위협정 논의에는 러시아의 계산법을 바꾸려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서방이 갈수록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러시아가 판단할 경우, 당초의 군사적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납득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WSJ은 영·프·독이 제안한 방위협정이 우크라이나가 신청한 나토 정회원국 지위에는 못 미치는 것이지만, 러시아가 또 다른 침공을 준비하지 않으리라고 우크라이나가 확신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의 안전보장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나토 회원이면 어느 국가라도 영국·프랑스·독일의 방위협정 제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회원국들의 광범위한 지지 없이는 이같은 제안이 정상회담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을 수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