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리창 체제 출범 中양회 3월4일 개막…'시천하' 완성

시 측근, 정부 수뇌부도 장악할 듯…'당정 통합시대' 본격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5~6%' 선에서 제시 가능성
시진핑 국가주석-리창 총리 체제의 출범 무대가 될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내달 4일 개막한다. 국정 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14기 1차 회의가 3월 4일,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4기 1차 회의가 3월 5일 각각 베이징에서 개막해 3월 중순까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전인대 회의에서 통과시킬 인사와 정책, 조직 개편안 등을 결정하는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2차 전체회의(20기 2중전회)가 26일 베이징에서 개막해 28일까지 개최된다.

지난해 10월 공산당 20기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시진핑 집권 3기를 당 차원에서 확정한 '대관식'이었다면 이번 양회는 정부(국무원)까지 아우르는 시진핑 집권 3기의 '공식 출범식'이라고 할 수 있다. 국무원 총리·부총리·국무위원과 각 부처 부장(장관), 전인대 상무위원장, 정협 주석 등 기관별 수뇌부 인선이 이뤄지며, 당정 조직개편도 예고돼 있다.

◇ 리창 총리 사실상 확정…시 측근, 내각 수뇌부도 장악
당 대회 이듬해 양회의 핵심은 향후 5년간 14억 '중국호'를 이끌어갈 정부 요인 인선이다.

새 국무원 지도부의 경우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서열 2위인 리창이 신임 총리직을 사실상 확정했고, 딩쉐샹·허리펑·류궈중·장궈칭 등 4명이 부총리에 오를 것이 유력하다. 이미 당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가 시 주석 측근 일색으로 구성된 터에 시 주석 핵심 측근인 리창, 딩쉐샹, 허리펑 등이 내각의 수뇌부를 장악하게 됨으로써 당·정에 걸친 시 주석의 '원톱 체제'가 이번 양회를 계기로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또 국무위원의 경우 왕샤오훙(공안부장 겸임), 리상푸(국방부장 겸임), 우정룽(국무원 비서장 겸임), 선이친, 친강(외교부장 겸임) 등으로 대략 가닥을 잡았다고 홍콩 명보가 지난달 26일 보도했다.

중국 중앙은행 수장인 인민은행 신임 총재는 중국 최대 증권사인 씨틱(中信)증권의 주허신 회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며, 시 주석의 '경제 책사' 허리펑이 부총리직과 함께 인민은행 당 서기를 겸임할 가능성이 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입법 과정을 책임질 신임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당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신임 정협 주석은 서열 4위인 왕후닝이 각각 맡는 것은 작년 당 대회를 계기로 사실상 결정이 된 상태다.
이번 양회 계기에 중국 안팎에서 가장 크게 주목하는 인물은 2인자인 총리에 등극할 리창이다.

관례에 비춰 리창은 전인대 후반부에 총리로 선출되면 폐막 직후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내외신에 자신이 추진할 정책 방향 등을 밝힐 전망이다.

그는 시 주석이 2002∼2007년 저장성 성장과 당 서기를 지낼 당시 비서실장 역할을 한 핵심 측근 출신으로 상하이 당 서기를 거쳐 지난해 당 대회에서 최고지도부에 입성했다.

중국 경제수도인 상하이의 1인자를 맡았던 만큼 경제를 잘 아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중앙 정부 근무 경력이 없다는 점은 핸디캡으로 거론됐다.

그의 존재감에 대한 예상은 엇갈린다.

시 주석의 정책 방향을 철저히 집행하는 '충복' 역할을 하게 됨으로써 시진핑 체제하에서 '비운의 2인자'였던 리커창 현 총리보다 오히려 존재감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있는가 하면, 시 주석이 신뢰하는 그가 오히려 경제 영역에 관한 한 자기 구상을 펼칠 공간을 리커창 총리보다는 더 많이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정반대 예상도 존재한다.

결국 그가 총리로서의 '신고식' 무대가 될 전인대 폐막 직후 기자회견에서 어느 쪽에 가까운 '첫인상'을 보여줄지 관심을 모은다.

◇ '당정 통합' 공고화…조직개편으로 당 장악력 강화
전임자의 10년 재임을 넘어서는 시진핑 주석 초장기 집권의 새 출발선에서 이뤄질 당정 조직개편에서 시 주석 집권 이전 시기의 '당정분리' 기조는 종언을 고하는 한편, '당정통합' 경향은 더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분산된 조직들을 통합함으로써 효율을 꾀하되, 당의 장악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개편이 이번 양회 때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최근 홍콩 명보 등 보도에 따르면 경찰(공안)·방첩·대테러·이민·호적·교통 등의 업무를 통합해 관할하는 공산당 중앙 직속기구 '중앙내무위원회(가칭)'가 출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TV와 라디오 방송 등을 총괄 관리하는 국무원 직속기구 국가광파전시총국을 당 중앙선전부로 통합한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또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존재했던 당 중앙 기구인 중앙금융공작위원회가 부활할 수 있다고 WSJ는 소개했다.

실현된다면 인민은행과 금융 규제 기관, 국유 금융기관 등의 정책과 인사를 감독하며 시 주석의 의중을 관철하는 강력한 기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의 관측통들은 당정 기구 개편 내용보다 시 주석의 뜻을 관철할 분야별 1인자가 누구일지에 더 관심을 두는 분위기다.

즉, 작년 당 대회를 통해 시진핑 주석으로의 권력 집중도가 더 높아진 가운데, 중국 국정 운영에서 조직보다 인물이 한결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 전인대 개회식서 성장률 목표 제시…5∼6% 관측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5일 전인대 개회식 때 리커창 현 총리가 재임 중 마지막으로 하는 정부 업무보고에서 밝힐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다.

중국은 지난해 '5.5% 안팎'을 목표로 제시했다가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 속에 3.0% 성장에 그친 바 있다.

사실상의 '위드 코로나' 원년인 올해 중국은 기저효과까지 등에 업게 된 만큼 5∼6% 선에서 성장률 목표를 제시할 것이라고 중국 경제 관찰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2023년 경제운용 방향을 공개하는 작년 말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공개한 소비 및 내수의 대대적 진작, 민간기업 및 플랫폼 기업 중시 기조 등이 좀 더 구체적인 정책과 함께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국의 '개혁개방' 개시 45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대외 개방 기조를 유지 또는 강화할 것이라는 점도 리 총리 업무보고 등에서 재차 강조될 것으로 점쳐진다.

작년 전인대 때 7.1% 증액을 제시했던 국방 예산이 올해 얼마나 오를지 또한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대만해협 갈등 고조 속에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미국의 끊임없는 반도체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시도 속에 시 주석이 핵심기술 자립을 강조해온 터에, 과학기술 관련 예산을 얼마나 증액할지도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