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도 역전세난…집주인 "차라리 집 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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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3
부동산 레이더
전세 보증금 돌려주려
대출 받자니 이자 부담
"시세보다 싼 매물은
대부분 전세 낀 물건"
"당분간 급매 중심
시장 바닥 다질 것"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면적 84㎡는 지난 7일 10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작년 6월 같은 크기의 전세가가 13억6500만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3억1500만원 하락했다. 일원동 래미안개포루체하임 역시 전용 101㎡가 지난달 11억원에 전세 거래되며 지난해 11월 직전가와 비교해 4억원 하락했다.사정은 강남권 내 다른 아파트 단지도 비슷하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자이 전용 59㎡는 지난 4일 9억8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작년 1월 같은 크기 전셋값이 16억원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로 떨어졌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당분간 강남권 역전세난이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 등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를 앞둔 데다가 2020년 준공된 개포래미안포레스트, 2021년 준공된 디에이치자이개포 등에서도 전세 계약 2년이 끝난 가구가 쏟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역전세난 여파로 강남권 내 아파트 매물은 쌓이고 거래가격은 하락하는 추세다. 강남구의 아파트 매물은 최근 4867건을 기록했다. 한 달 전(3936건)과 비교해 23.6% 급증했다. 가격 하락폭도 커지고 있다.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49㎡는 지난달 12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직전가(17억9000만원) 대비 5억원 하락했다. 개포루체하임 역시 지난달 전용 59㎡가 16억2000만원에 팔리며 2021년 직전 거래와 비교해 6억800만원 내렸다.현장에서도 전셋값 하락이 심해지자 급매를 내놓는 집주인이 많아졌다는 반응이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대출이자 부담까지 커지자 차라리 집을 내놓는 것이다. 개포동의 한 공인 대표는 “갭투자를 통해 집을 산 사람들이 역전세난에 차라리 집을 내놓고 있다”며 “시세보다 싸게 나온 매물의 대부분이 전세를 낀 물건”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역시 당분간 역전세난으로 인해 매매 시장이 급매 중심으로 바닥을 다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역전세난이 지속되는 한 바닥을 다지며 매물 소화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