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화가] 92세 단색화 거장 박서보 "나는 아직 더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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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92·사진)은 지난 2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폐암 3기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내 나이 아흔둘, 당장 죽어도 장수했다는 소리를 들을 텐데 선물처럼 주어진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작업에 전념하며 더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낼 것이다. 아직 그리고 싶은 것들이 남았다.”
박 화백은 한국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다. 1950년대 국내 주요 추상미술 운동에 참여했고, 1960년대부터 연필로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선을 긋는 ‘묘법’ 시리즈를 제작하며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개척했다. 홍익대 교수와 학장을 지낸 교육자이기도 하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세계 미술계에서 단색화의 대표 작가로 인정받으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광주비엔날레에 100만달러(약 13억원)를 기부해 박서보예술상을 제정하는 등 후학과 사회를 위한 기부를 아끼지 않고 있다.박 화백에게 그림은 수신(修身)의 예술이다. “도공이 물레를 돌리고 석공이 돌을 자르듯 묵묵히 그린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래서인지 박 화백은 담담했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하고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중략) 다시 한번 부탁하건대 안부 전화하지 마라. 나는 캔버스에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