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현 "15분 불륜 참교육 장면 부담, 2시간 밖에 못 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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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빨간풍선' 한바다 역 배우 홍수현20년 된 죽마고우가 있었다.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그 아이에게 모든 고민을 털어놓았고, 남편과 엄마보다 더 의지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내 커리어를 박살 내고, 남편과 바람이 났다.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26일 종영한 TV조선 주말드라마 '빨간풍선'은 두 가족이 어떻게 불륜으로 얼마나 복잡하게 얽힐 수 있는지 보여준 작품이다. 불륜이 일상이던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잡으러 다니는 게 일상이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자매가 나란히 불륜을 저지르는데, 그 상대 남성들이 알고 보니 매형과 처남 관계였다. 자매의 삼촌은 아내의 불륜으로 이혼한 후 첫사랑과 재회하는데, 그 첫사랑의 남편이 작은 조카의 불륜 상대였다.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 클럽', '왕가네 식구들', '오케이 광자매' 등 기발한 가족극을 선보이며 '히트 메이커'로 군림하고 있는 문영남 작가의 신작.배우 홍수현이 '빨간풍선'에서 연기한 한바다는 얽히고설킨 불륜 관계 속에서 "유일한 정상인"으로 불리던 인물이었다. 폭언을 일삼는 시어머니에게 당당하게 맞서고, 자신을 지속해서 유혹하는 동창에게도 "난 결혼했다"면서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특히 15회에 한바다가 친구 조은강(서지혜)과 남편 고차원(이상우)의 불륜을 알고 일침을 가하는 15분 모노드라마는 '불륜 참교육 영상'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2021년 결혼해 달콤한 신혼 생활 중 '빨간풍선'을 촬영한 홍수현은 "15회 장면 대본을 받고 문영남 작가님과 따로 만나 리딩도 하고, 연습을 많이 해서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부담감을 느꼈는지 2시간밖에 못 잤다"며 "NG 없이 촬영을 마무리하고 집에 와서 꿀잠 잤다"면서 촬영 후일담을 전했다.▲ 드라마 반응이 좋아요.대본이 너무 재밌었어요. 그래서 방송 전부터 기대한 부분은 있지만, 그 이상으로 좋아해 주셔서 감사해요. 대본의 재미, 출연진들의 열정적인 연기, 그리고 은강이에게 사이다를 날리는 바다의 모습을 보고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웃음)
▲ 극 초반 춤도 추고, 교복도 입었어요. 눈길을 끌더라고요.
힘들었어요.(웃음) 그때 서로 친하지도 않았고, 뻘쭘한 상태였는데 춤을 춘 거였거든요. 그래도 연기자니까, 바다는 흥이 많으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한 거 같아요. 교복도 저는 좋았어요. 메이크업도 최대한 한 듯 안 한 듯 하고, 최대한 고등학생 언저리로 갈 수 있도록 노력했는데, 시청자분들도 예쁘게 봐주셨다면 감사할 거 같아요.▲ 지금 신혼이신데, '불륜' 설정에 몰입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다행히 감정이 '빵' 하고 터지는 게 아니었어요. 바다는 친구와 남편의 불륜을 몰랐지만, 인간 홍수현은 대본을 보면서 모든 상황을 다 알잖아요. 바다의 입장이 불쌍하고, 분하고, 화가 나고, 이런 감정들이 쌓아 올렸기 때문에 수월하게 촬영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 불륜을 저지른 친구와 남편에게 일침을 가하는 15분 분량의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대본집으로는 28페이지였어요. 워낙 대사량이 많아서 선배님들도 "어떡하니?"라고 걱정해 주시고요. 그래도 외우는 건 괜찮았어요. 그 감정대로 표현하는 게 중요한 거잖아요. '내 친구와 내 남편이 나를 배신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된 거 같아요.
▲ 대본을 쓴 문영남 작가는 배우들에게 세밀한 디렉션을 주시는 걸로 유명한데요. 홍수현 배우에게는 어떤 말씀을 하셨을까요?
사실 저에게 선생님께서 뭔가 디렉션을 주진 않으셨지만, 저 장면을 찍기 전엔 따로 만나서 같이 대본을 차근차근 다시 봤어요. 그렇게 세밀하게 선생님께서 가르쳐 준 부분이 있어요.
▲ 서지혜, 이상우 배우의 뺨도 때리는데요.
여배우인 은강(서지혜)이는 안 때리고 싶었는데. '안 아프게 잘하겠다'고 하고 리허설을 많이 했어요. 뺨에 대는 순간 고개를 돌리라고도 했고요. 기술적으로 하려고 했어요. 다치면 안 되잖아요.
▲ 잘 해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었을 거 같아요.
저는 자신이 있었는데, 제 무의식에는 그런 게 있었나 봐요. 전날 잠이 안 오는 거예요. 걱정도 많아지고. 그래서 2시간밖에 못 잤어요. 촬영 전에는 일찍 자려고 하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그런데 NG 없이 한 번에 촬영을 다 끝내고 돌아오니까 너무 홀가분하더라고요. 그날 밤에 꿀잠 잤어요.▲ 주변에선 반응이 어떤가요? 특히 남편과 시어른들 반응이 궁금해요.
결혼하기 전부터 일은 계속하기로 했었고. 시댁에서도 '재밌게 잘 보고 있다'고 해 주셨어요. 연기로만 보시는 거니까.
▲ '빨간풍선'을 하면서 '불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을 거 같아요.
불륜 행위를 하는 사람은, 다 없애버려야 해요.(웃음) 간접적으로 겪으니 더 답답하고, 속상하고. 그 감정들 덕분에 더 대사도 잘 됐던 거 같아요. (불륜의 고통을) 지금 겪고 있는 분들도 있고, 제가 모든 그분들을 대변할 순 없지만, 바다의 일침이 조금은 시원함을 주지 않았을까 싶어요. 실제로 할 수 없는 것들이잖아요.
그리고 '불륜이 이렇게 많구나'라는 생각도 했어요. '착해 보이는 우유부단한 남자가 더 위험하다'는 것도요.(웃음) 차라리 무뚝뚝한 사람이 더 나은 거 같아요.
▲ 바다는 불륜은 하지 않았지만, "동창과 바닷가에서 뽀뽀는 했다"는 지적도 있긴 했어요.
바다는 뽀뽀는 했지만, 따귀를 때렸죠.(웃음) 선은 안 넘은 거 같아요. 은강이와 차원이는 잠자리를 같이 했잖아요. 바다와 비교할 게 아닌 거 같아요. 바다는 커리어가 중요한 인물인데, 은강이는 바다의 디자인까지 유출하고요. 그래서 응징을 결심한 거 같아요.
▲ 바다 시어머니의 선을 넘는 행동도 분통을 터트리게 했어요.
너무 한 것들이 많았는데, 바다도 만만치 않았잖아요. 둘 다 선을 지켰으면 행복한 고부 관계가 됐을 텐데. 집 문도 꼭 비밀번호를 알아야 하나요? 벨 누르면 되고요. 음식물 쓰레기도 그냥 '나중엔 네가 버려라' 타이르면 되고요. 바다도 은강의 꾐에 빠지긴 했지만, 경찰을 불러 시어머니를 쫓아내는 건 너무 했죠.
▲ 극 중 보석디자이너라는 설정에 맞춰 화려한 의상도 눈길을 끌었어요. 이탈리아어를 하고, 디자인을 스케치하는 장면들도 등장했고요.
의상부터 헤어스타일까지 신경 썼어요. 외적인 부분부터 변화를 줬죠. 머리도 은강이가 긴 머리로 간다고 해서 일부러 잘랐어요. 앞머리도 내고요. 헬스장이나 저를 거의 매일 보던 분들도 못 알아봐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이탈리아어는 '빨간풍선'을 하면서 처음 배웠는데, 선생님이 잘한다며 계속 넣어주시더라고요. 대본이 나오면 급하게 레슨을 받아 준비해가곤 했어요. 디자인 스케치도 촬영 전 레슨을 받았고요.▲ 다소 노출 수위가 높은 의상들도 완벽하게 소화했어요. 몸매 관리법이 있나요?
운동을 좋아해요. 필라테스, 요가 온갖 운동을 다 했어요. 지금은 웨이트를 하고요. 시작한 지 3년 됐는데, 저하고 잘 맞는 거 같아요. 촬영이 없을 땐 거의 매일 가고 있어요. 음식 관리는 따로 하지 않지만 운동은 매일 해요. 이젠 일상이 된 거 같아요. 해야지 개운하고, 안 하면 찜찜하고요.
▲ 바다의 용서로 끝나는 '빨간풍선'의 엔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바다 대사 중에 "엄마, 나 다 해봤어. 다 해봤는데, 내 맘이 안 좋아"라는 말이 있었어요. 복수해도 안 좋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차피 나쁜 짓 하는 사람은 언젠가 벌 받지 않을까요? 착한 바다는 용서하고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을 택한 거죠.
▲ 결혼하고 연기를 하니 '다르다' 느낀 부분이 있던가요?
인도에 갔다 왔다고 하면 사람들이 '어떤 성찰을 했냐'고 하는데, 전 그런 거 없었거든요. 결혼도 마찬가지 같아요.(웃음) 전 똑같아요. 지금 보니 '내가 너무 결혼에 안 빠져있나' 싶기도 하네요.
▲ 쉼 없는 작품 활동하고 있어요.
챙겨 볼 작품들이 많다며 저보다 가족들이 더 좋아해요. tvN 월화드라마 '청춘월담'도 방송을 시작했는데, 지난 18일에 '빨간풍선' 마지막 촬영이 끝나서 인제야 챙겨보기 시작했어요. '빨간풍선' 시청해주신 분들이 '청춘월담'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 차기작은 정해졌나요?아직이요. 당분간 못 만난 친구들도 만나고, 여행도 다녀오려고요. 드라마가 잘됐는데, 즐길 여유가 없었어요. 이제부터 즐기려고요. 그러다 좋은 작품을 만나면 또 내일이 없는 것처럼 죽을 것처럼 해야죠.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