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무명' 설움 이긴 캐롯 김진용 "제 농구,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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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사고로 생긴 발 장애도 극복…유튜브 채널로 팬들과 소통
권투 선수 출신 아버지는 고교 농구 감독 지낸 '이색 경력' 프로농구 고양 캐롯의 포워드 김진용(29·200㎝)은 2017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8순위로 울산 현대모비스에 지명된 선수다. '농구 명문' 연세대 출신에 신인 드래프트 상위 순번인 그의 앞날은 창창할 것 같았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드래프트 바로 다음 날 전주 KCC로 트레이드된 김진용은 올해 초까지 정규 경기에 거의 출전하지 못하고 6년을 지냈다. 상무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KCC에서 4시즌을 보내면서 출전한 1군 경기는 겨우 8경기에 불과했다.
가장 많이 뛴 시즌은 2021-2022시즌 3경기였다.
프로에서 팬들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장면은 2020년 올스타전 덩크슛 콘테스트에 영화 '조커'의 주인공 분장을 하고 나와 베스트 퍼포먼스 상을 받은 것이었다. 진작 농구를 그만뒀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그가 다시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이달 초 트레이드로 KCC를 떠나 캐롯 유니폼을 입으면서였다.
김진용은 17일 창원 LG와 경기에 14점을 넣었고, 19일 서울 삼성전에서는 4점에 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14점은 김진용이 프로에 입문한 2017년부터 6년간 정규리그 경기에서 넣었던 총 득점 12점보다도 많은 득점이었다. 특히 그의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는 김승기 캐롯 감독은 물론, 팬들의 시선까지 사로잡았다.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김진용에게 '(최근 매각 협상 중인) 캐롯으로 트레이드돼 불안하지 않았냐'고 묻자 "제가 그런 것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라며 "저를 필요로 하는 팀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고 답했다.
그는 "KCC에서는 제가 팀에서 원하는 부분을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회가 없었다"고 자책하며 "자신감이 떨어진 부분은 있었지만, 그래도 KCC에서 배운 점도 많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6년 만에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그의 의지도 강렬했다.
김진용은 "몸을 풀 때부터 1초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며 "1군 경험도 많지 않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과 똑같은 1분을 뛰어도 제가 쓰는 에너지가 엄청나게 많은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14점을 넣은 LG전에 대해서도 "팀이 져서 화가 났다"는 그는 "저희 팀 컬러가 외곽에 슛이나 패스가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저에게 기회가 많이 돌아오고, 그런 어부지리로 득점을 올리는 부분이 많았다"고 겸손하게 말하기도 했다. 올스타전 덩크슛 대회에 나올 정도로 탄력이 좋은 김진용이지만 그에게는 발에 장애가 있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불의의 사고로 왼쪽 가운뎃발가락을 잃었다.
스텝을 통해 개인기를 구사하고, 균형을 잡아야 하는 농구 선수로서는 불리한 조건이다.
점프할 때도 발에 온전히 힘을 주기가 쉽지 않을 터다.
김진용은 "어릴 때는 걸음걸이도 이상했고, 뛰기도 어려웠다"며 "밸런스를 잡거나, 힘을 주는 부분에 차이가 나는데 지금은 왼쪽 엄지발가락에도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의 아버지 김재훈 씨는 권투 선수 출신이다.
서울체고 재학 당시 전국체전 복싱 동메달을 비롯해 전국 대회에서 6차례 우승했고, 프로 데뷔 후 웰터급 한국 랭킹 2위까지 오르는 등 통산 67전 55승, 46KO를 기록한 '돌주먹'이다.
지난해까지 한국권투위원회 심판위원장을 역임한 김재훈 씨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 대진고 농구부 감독을 역임한 독특한 이력도 있다.
단대부중 2학년 때 농구를 시작한 김진용은 "아버지가 항상 '공부를 놓지 말아라'는 말씀을 해주셨다"며 "저도 그 부분에 공감해 대학교 때도 학업을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2005년 박사 학위를 받은 김재훈 전 위원장은 최근 '사각의 링에서 박사모까지'라는 자서전 출판 기념회를 열었고, 김진용은 석사 과정인 대학원 휴학 중이다. 김진용은 또 구독자 1만 명에 가까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농떼르만'이라는 이름의 이 채널에는 주로 비시즌에 영상이 올라오는데 '프로농구 선수와 게임 BJ의 일일 데이트 - 그녀가 웃잖아', '2m 거인이 길에서 말 거니까 시민들 쓰러짐- 몰래카메라', '치어리더와 함께 하는 야구장 나들이' 등으로 팬들과 소통한다.
김진용에게 "이런 소셜미디어 활동에 주위에서 '농구나 잘하라'는 말을 듣지 않았느냐"고 묻자 "저도 제 위치를 인지하고 있고, 이런 활동을 통해 저라는 선수가 바닥에서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는 "제가 경기에 못 뛰니까 유튜브 활동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도 받았지만, 제가 어떤 준비를 했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뛰는지 팬들이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저를 지켜보시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니,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캐롯에 와서 두 경기 잘했다고 뭔가 완성된 것이 아니고, 이제 겨우 제 농구를 시작하는 시점"이라며 "여기까지 오기에 정말 오래 걸렸으니, 이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의 유튜브 채널에 가면 위에 예를 든 흥미 위주의 내용보다 농구 기술, 전술에 대한 영상이 훨씬 더 많다. 김진용은 "이제 두 경기 뛴 것이 전부인데, 무슨 MVP 받은 사람처럼 주위에서 봐주시니 부담스럽다"며 "지금 22승인 팀이 30승까지 채우는 것이 목표고, 제가 거기에 많이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소망을 전했다.
/연합뉴스
권투 선수 출신 아버지는 고교 농구 감독 지낸 '이색 경력' 프로농구 고양 캐롯의 포워드 김진용(29·200㎝)은 2017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8순위로 울산 현대모비스에 지명된 선수다. '농구 명문' 연세대 출신에 신인 드래프트 상위 순번인 그의 앞날은 창창할 것 같았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드래프트 바로 다음 날 전주 KCC로 트레이드된 김진용은 올해 초까지 정규 경기에 거의 출전하지 못하고 6년을 지냈다. 상무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KCC에서 4시즌을 보내면서 출전한 1군 경기는 겨우 8경기에 불과했다.
가장 많이 뛴 시즌은 2021-2022시즌 3경기였다.
프로에서 팬들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장면은 2020년 올스타전 덩크슛 콘테스트에 영화 '조커'의 주인공 분장을 하고 나와 베스트 퍼포먼스 상을 받은 것이었다. 진작 농구를 그만뒀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그가 다시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이달 초 트레이드로 KCC를 떠나 캐롯 유니폼을 입으면서였다.
김진용은 17일 창원 LG와 경기에 14점을 넣었고, 19일 서울 삼성전에서는 4점에 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14점은 김진용이 프로에 입문한 2017년부터 6년간 정규리그 경기에서 넣었던 총 득점 12점보다도 많은 득점이었다. 특히 그의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는 김승기 캐롯 감독은 물론, 팬들의 시선까지 사로잡았다.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김진용에게 '(최근 매각 협상 중인) 캐롯으로 트레이드돼 불안하지 않았냐'고 묻자 "제가 그런 것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라며 "저를 필요로 하는 팀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고 답했다.
그는 "KCC에서는 제가 팀에서 원하는 부분을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회가 없었다"고 자책하며 "자신감이 떨어진 부분은 있었지만, 그래도 KCC에서 배운 점도 많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6년 만에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그의 의지도 강렬했다.
김진용은 "몸을 풀 때부터 1초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며 "1군 경험도 많지 않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과 똑같은 1분을 뛰어도 제가 쓰는 에너지가 엄청나게 많은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14점을 넣은 LG전에 대해서도 "팀이 져서 화가 났다"는 그는 "저희 팀 컬러가 외곽에 슛이나 패스가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저에게 기회가 많이 돌아오고, 그런 어부지리로 득점을 올리는 부분이 많았다"고 겸손하게 말하기도 했다. 올스타전 덩크슛 대회에 나올 정도로 탄력이 좋은 김진용이지만 그에게는 발에 장애가 있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불의의 사고로 왼쪽 가운뎃발가락을 잃었다.
스텝을 통해 개인기를 구사하고, 균형을 잡아야 하는 농구 선수로서는 불리한 조건이다.
점프할 때도 발에 온전히 힘을 주기가 쉽지 않을 터다.
김진용은 "어릴 때는 걸음걸이도 이상했고, 뛰기도 어려웠다"며 "밸런스를 잡거나, 힘을 주는 부분에 차이가 나는데 지금은 왼쪽 엄지발가락에도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의 아버지 김재훈 씨는 권투 선수 출신이다.
서울체고 재학 당시 전국체전 복싱 동메달을 비롯해 전국 대회에서 6차례 우승했고, 프로 데뷔 후 웰터급 한국 랭킹 2위까지 오르는 등 통산 67전 55승, 46KO를 기록한 '돌주먹'이다.
지난해까지 한국권투위원회 심판위원장을 역임한 김재훈 씨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 대진고 농구부 감독을 역임한 독특한 이력도 있다.
단대부중 2학년 때 농구를 시작한 김진용은 "아버지가 항상 '공부를 놓지 말아라'는 말씀을 해주셨다"며 "저도 그 부분에 공감해 대학교 때도 학업을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2005년 박사 학위를 받은 김재훈 전 위원장은 최근 '사각의 링에서 박사모까지'라는 자서전 출판 기념회를 열었고, 김진용은 석사 과정인 대학원 휴학 중이다. 김진용은 또 구독자 1만 명에 가까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농떼르만'이라는 이름의 이 채널에는 주로 비시즌에 영상이 올라오는데 '프로농구 선수와 게임 BJ의 일일 데이트 - 그녀가 웃잖아', '2m 거인이 길에서 말 거니까 시민들 쓰러짐- 몰래카메라', '치어리더와 함께 하는 야구장 나들이' 등으로 팬들과 소통한다.
김진용에게 "이런 소셜미디어 활동에 주위에서 '농구나 잘하라'는 말을 듣지 않았느냐"고 묻자 "저도 제 위치를 인지하고 있고, 이런 활동을 통해 저라는 선수가 바닥에서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는 "제가 경기에 못 뛰니까 유튜브 활동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도 받았지만, 제가 어떤 준비를 했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뛰는지 팬들이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저를 지켜보시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니,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캐롯에 와서 두 경기 잘했다고 뭔가 완성된 것이 아니고, 이제 겨우 제 농구를 시작하는 시점"이라며 "여기까지 오기에 정말 오래 걸렸으니, 이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의 유튜브 채널에 가면 위에 예를 든 흥미 위주의 내용보다 농구 기술, 전술에 대한 영상이 훨씬 더 많다. 김진용은 "이제 두 경기 뛴 것이 전부인데, 무슨 MVP 받은 사람처럼 주위에서 봐주시니 부담스럽다"며 "지금 22승인 팀이 30승까지 채우는 것이 목표고, 제가 거기에 많이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소망을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