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은 전쟁 없는 나라에서"…러시아 부모들 '원정출산' 인기

러시아 예비 부모 가운데 아르헨티나 원정 출산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정부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러시아 여성 약 1만1000명, 남성 약 1만1400명이 아르헨티나에 입국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본인 또는 배우자가 임신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보건당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중순까지 페르난데스 공립병원에서 태어난 신생아 168명 중 22.6%인 38명의 모친 국적이 러시아였다. 러시아인들이 자녀 출생지로 아르헨티나를 택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일단 러시아인은 아르헨티나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 입국한 뒤 아르헨티나에서 아이를 낳으면, 아이는 즉각 아르헨티나 시민권을 받으며 부모는 임시 거주 및 현지 취업 권리를 얻게 된다. 임시 거주권이 생긴 사람들은 시민권에 도전할 수 있게 되며, 빠르면 2년 안에 절차를 끝낼 수 있다. 사실상 망명까지 가능한 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뒤 조국을 떠나는 러시아인들이 늘고 있다. WSJ은 “러시아인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배하는 러시아와 동원 가능성을 피하려 한다”며 “아르헨티나의 살인적인 물가를 비롯한 경제적 문제는 이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고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