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주애 후계자?…"공개 토론하자" 설전 붙은 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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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ICBM 발사현장 이래 7번 등장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북한학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가 최근 3달 당 중요행사에 연이어 모습을 드러내면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이을 '4대 세습'의 당사자인지에 대한 논쟁이 불붙었다.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라는 주장과 반박에 이어 '공개토론'을 통해 논리를 겨뤄보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北 보도 쏟아지자 학계에서도 뜨거운 감자
'후계자 아니다' 측 주장은
"남성중심문화에서 여성 최고사령관 불가능
北은 후계자 공개 전 우상화·신비화 작업 해"
'후계자 맞다' 측 주장은
"수령에만 쓴 표현 '존귀한' 김주애에 허용
'주애' 이름 개명 강요, 후계자 아니면 불가"
정부는 "후계자로 보기 일러…딸 둘일 수도"
경제현장까지 등장하자 "후계자 여부 토론" 제안 등장
김주애는 지난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최근 세달 간 7차례 공식 석상에 나타났다. 지난 26일에는 평양 서포지구 새 거리 건설 착공식에 김정은과 동행했다. 김주애가 군과 관련되지 않은 행사에 참석한 것은 두 번째다.이와 관련해 최근 '김주애 후계자설'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주애의 활동은 앞으로 외교와 문화 분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김주애가 아직은 10대이기 때문에 그를 후계자로 ‘지명’했다기보다는 후계자로 ‘내정’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주애를 후계자로 내정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 단순히 핵과 ICBM 개발을 통해서 ‘미래세대’의 안전을 담보한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김주애를 활용하는 것이라면 김정은이 김주애를 경제건설 현장에까지 데리고 간 것을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이에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주애를 후계자 내정 단계라고 규정하는 것은 아직은 근거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 실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임 교수는 "어느 일방의 주장에 근거해 여론이 좌우될 경우 치명적인 오판을 초래할 수 있음은 과거 충분히 경험했다"라며 "북한 내부의 새로운 현상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생산적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그러자 정 실장은 "(임 교수는) 내정과 지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르지도 밝히지 못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북한 후계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본인의 주장을 임 교수가 부정하려면 먼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변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 사회에서 후계와 지명이 무엇이 다른지 △미래세대에서 다른 청소년은 배제하고 김주애만 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인지 △북한은 왜 '존귀하신'이란 표현을 김주애에게 사용했는지 등 11개 질문에 답변할 것을 촉구했다.
정 실장은 "그 분야를 전공한 전문가의 주장을 반박하려면 훨씬 더 신중하고 정교한 논리를 가지고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임 교수가 이상의 질문에 성실하게 구체적으로 답변을 한다면 본인은 언제 어디서라도 임 교수와의 공개 토론에 응할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남존여비 北에서 여성지도자 불가능" "수령 외 '존귀한' 표현 쓴 적 없다"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측은 '남존여비 사상이 굳건한 북한 사회의 폐쇄성'과 앞서 '김정일·김정은의 후계 과정과 김주애가 등장한 방식의 차이'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항일무장투장에 전통을 둔 북한의 남성 중심적 군사문화 속 군 최고사령관, 핵무기 통제 결정권자로 여성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여성 지도자, 여성 최고사령관, 여성 핵무기 통제권한을 정당화하기 위한 작업에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고 기존 후계체제 전반에 큰 혼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김씨’ 일가 백두혈통의 계승이란 점에서 김주애가 지도자가 될 경우, 김주애 차기 세대 세습은 ‘김’씨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후계자를 공개하기 전에 우상화·신비화 작업을 먼저 한다"며 "김주애가 처음부터 신비주의가 아닌 방식으로 정체를 드러낸 데서 기존의 세습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실제 김정은의 모습이 북한 매체에 처음 등장한 것은 그가 26살이었던 2010년 9월 무렵이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공식석상에 나타나기 전부터 '청년대장'으로 그를 알리기 시작했다.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라고 주장하는 측은 김주애의 호칭 등 북한 매체가 그를 보도하는 방식을 근거로 들고 있다.
정 실장은 "북한은 지난 11월 27일자 노동신문을 통해 김주애에 대해 ‘존귀하신 자제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노동신문 사이트에서 ‘존귀하신’이라는 수식어는 김일성과 김정일과 같은 ‘선대 수령’ 그리고 김정은과 같은 ‘현재 수령’에게만 사용돼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절대권력자를 의미하는 ‘수령’에게만 사용되는 수식어를 김주애에게 사용한 것은 곧 그가 북한의 ‘후대 수령’이 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 실장은 지난 8일 북한 열병식 당시 북한TV에서 열병식 참가자들이 "김정은 결사옹위 백두혈통 결사보위" 구호를 외치는 장면과 김주애를 비추는 장면을 연이어 재생한 것을 거론하며 "북한은 지금까지 최고지도자와 후계자 외의 인물에 대해 결사보위 구호를 외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실장은 북한 당국이 '주애'라는 이름으로 주민등록이 된 여성의 이름을 고치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보도를 언급하며 "만약 김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되지 않았다면 동명이인의 여성들에게 개명까지 요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영세 "아직 이르다"지만…"딸만 둘일 수도"
정부는 아직까지 김주애의 후계자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결론적으로 말씀드려서 (김주애를) 아직 후계자로 보는 건 조금 이르다"고 했다.권 장관은 김정은-리설주 부부의 슬하에 첫째 아들 등 삼남매가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 "아이의 성별부터 시작해서 이런 거는 정확하지 않다"며 "아들이 없고 딸만 둘일 수도 있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겠다"고 설명했다. 첫째가 아들이 아닐 경우 김주애가 후계자로 낙점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