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뿔쇠오리 위협 '마라도 길냥이'…반출 사전작업 개시

내달 초 마라도 길고양이 반출 예정
반출한 길고양이, 건강상태따라 치료·보호할 계획
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라도에서 길고양이를 내보내기 위한 사전 작업이 27일 시작됐다. 그간 마라도의 길고양이는 멸종위기에 처한 천연기념물 뿔쇠오리를 위협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이날부터 28일까지 마라도 길고양이를 섬 밖으로 옮기기 위해 뿔쇠오리가 주로 나타나는 지역에서 예찰 활동과 집중적인 감시를 벌인다. 세계유산본부 직원 5명이 이날 오전 여객선으로 제주도 본섬에서 마라도에 들어가 뿔쇠오리 서식지를 관찰하는 등 활동을 시작했다.내달 1일에는 바지선을 통해 동물보호단체의 구조대와 장비가 추가 투입돼 본격적인 마라도 길고양이 포획 작업이 이뤄진다. 세계유산본부는 포획이 완료되면 기상 여건에 따라 다음 달 2일 또는 3일께 길고양이를 일시에 섬 밖으로 반출할 계획이다.

세계유산본부는 마라도에서 반출한 고양이를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검진해 건강에 이상이 있는 고양이의 경우 계속 치료하기로 했다. 건강 상태가 양호한 고양이는 세계유산본부 인근에 별도 마련한 시설에서 보호할 예정이다.

지난 17일 세계유산본부는 문화재청과 동물보호단체, 수의사, 교수 등 전문가와 함께 마라도를 방문해 길고양이 반출을 위한 주민 의견을 청취했다. 이후 뿔쇠오리 보호를 위해 길고양이를 섬 밖으로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뿔쇠오리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있다. 한국, 일본, 태평양 동북부에 분포하며 전 세계적으로 5000∼6000마리밖에 없을 정도로 희귀한 철새다.

하지만 뿔쇠오리는 마라도 길고양이의 위협을 받아왔다. 지난 24일 오전에도 고양이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뿔쇠오리 4마리의 사체가 발견됐다. 지난해 5월 기준 서귀포시가 추산한 마라도 내 길고양이는 110여 마리에 달한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