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하이브 '전면전'…"전략 수정" vs "경영 참여냐" [종합]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 방시혁 하이브 의장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체결한 사업협력계약서에 문제 제기를 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최근 하이브는 카카오와 SM 간 사업협력 및 주식발행 계약에 △카카오의 우선적 신주인수권이 명시돼 있고, △ SM 아티스트의 국내·외 음반 및 음원 유통, 국내 공연과 팬미팅 티켓 유통 등을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계열사 포함)를 통하도록 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주주 이익을 훼손하는 계약"이라고 지적했다.그러면서 계약서상 법적인 문제들에 대해 검토를 진행, 필요한 민⋅형사상의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카카오엔터 "SM은 최적의 파트너…기존 전략 수정 불가피"

이에 카카오엔터는 27일 사업협력 배경에 대해 "급변하는 글로벌 기업 환경 속에서 기술과 글로벌IP의 결합을 통해 거대 글로벌 엔터기업들과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함께 성장하기 위해 서로가 최적의 파트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계약은 양사가 오랜 기간동안 논의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세부 조항들은 각 사업별 협의를 통해 각 사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도출하고 이에 기반해 공정한 조건의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며, 신주 전환사채 인수 계약에 기재된 우선협상권 역시 소수 주주가 일반적으로 보유하는 희석 방지조항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었다.카카오엔터는 하이브의 주장을 "계약서의 일부 문구를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해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SM과 파트너십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고 3사의 중장기 성장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게 됐다"며 "기존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카카오와 긴밀하게 협의해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이브를 향해 "지난 21일 카카오와도 협업이 가능하다는 입장에서 24일 돌연 SM 경영진에게 본 계약과 관련된 세부적인 의사결정을 모두 중단하라고 입장을 번복했다. 또한 하이브 측 인사로만 구성된 이사회 멤버를 추천하며 기존 경영진과 이들이 세운 방향성을 모두 부정하고 있다"고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다.

◆ 하이브 "카카오엔터, 모호한 입장 지속…경영 참여 입장 밝히라"

이에 하이브도 즉각 입장을 냈다. 하이브는 "지난 24일 SM과 카카오·카카오엔터 간 사업협력계약서 상의 문제점에 대해 이미 입장을 밝혔으며, 이번 카카오엔터의 입장 발표는 당사가 제기한 문제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이브가 입장을 번복했다는 카카오의 주장에 대해서는 "카카오가 경영 참여에 관심이 없다는 전제 하에서 카카오엔터의 사업적 제안 내용이 SM의 사업에 도움이 된다면 충분히 고려할수 있다는 입장 역시 바뀌지 않았다. 당사 입장에 대한 곡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맞섰다.

이어 카카오엔터가 '기존 전략의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카카오와 긴밀하게 협의해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을 언급하며 "국내 거대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와 함께 모호한 입장을 지속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SM과의 사업적 협력 대신 적극적인 경영 참여를 하겠다는 선언인지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는 게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책임있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앞서 카카오엔터는 신주 전환사채 인수 계약에 기재된 우선 협상권과 관련해 소수주주가 일반적으로 보유하는 희석 방지조항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하이브는 "매우 이례적인 특혜"라고 비판했다. 소수지분 투자자에게 우선협상권을 부여하는 조항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하이브는 "스타트업 같은 소규모 비상장사의 경우 이런 조항을 넣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기업공개(IPO)절차를 진행하려면 주주보호를 위해 삭제되어야하는 조항"이라며 "이렇게 전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속성의 내용이라면 이사회 의결이 아닌 주주총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SM의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장윤중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전략책임(GSO)을 추천한 것에 대해서도 "그 자체가 이해상충"이라고 공격했다.

카카오엔터는 장 GSO을 선정한 이유로 그의 역량을 강조했는데, 이를 두고 하이브는 "당사의 주장은 SM 기타 비상무이사로 추천된 카카오엔터 임원의 역량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아니라, 카카오엔터의 임원이 사실상 유통 조직을 총괄함으로서 이해상충 구조가 만들어져 SM 아티스트들의 협상력을 제약하게 될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하이브는 거듭 "카카오엔터와 SM간의 계약이 SM의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SM 아티스트들의 권리를 제약하며, SM 구성원분들의 미래를 유한하게 만드는 계약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SM의 현 경영진들이 본 계약과 관련된 세부적인 의사결정을 모두 중단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또한, 본 계약의 적법성을 빠르게 검토 후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