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복판서 '고기에 상추쌈'…"드라마서 봤어요" 인기 폭발

이른 저녁부터 맨해튼 32번가 K타운 '북적'
지난해 K농수산물 미국에만 14억 달러 넘게 수출

BTS등 K-컨텐츠에 위기에도 문 닫지 않는 한국인 '근성' 결합
aT, 미국內 4번째 '김치의 날' 제정 눈앞
지난 1월의 한 저녁 시간 뉴욕 맨해튼 32번가 K타운에 있는 한식당 '큰집'이 다양한 인종의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황정환 기자
지난 1월 미국 뉴욕 맨해튼 32번가에 있는 한식당 ‘큰집(The Kunjip)’은 이른 저녁 부터 손님들이 밀려들었다. 2002년부터 뉴욕의 ‘K타운’ 맨해튼 32번가를 지키고 있는 이 곳은 소등심, 삼겹살 등을 한국식으로 구워먹는 ‘K-BBQ’가 주 메뉴다.

2층짜리 가게를 가득 채운 수십팀 중 한국인 모임을 찾기 힘들 정도로 현지인들이 많았다. 능숙하게 고기를 구워 상추쌈을 해먹는 백인 가족도 보였다. 박혜화 큰집 사장은 “손님 80%가 비한국인”이라며 “고기 뿐 아니라 나물이나 게장 같은 한국 반찬까지도 좋아한다”고 말했다.전 세계 미식의 중심지인 뉴욕에 한식 열풍이 불고 있다. 김치찌개, 순두부찌개 등 백반류부터 삼겹살 등 고기 구이까지 친숙한 음식을 파는 한식당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아토믹스, 정식 등 인당 가격이 수백달러에 달하는 고급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들은 매달 1분만에 다음달 예약이 마감된다. 뉴욕 한 곳에만 미슐랭 스타를 받은 한식당만 9곳에 달하는 ‘한식의 전성시대’다.

한식의 인기는 한국산 농수산물 수출액으로도 증명된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미국에 수출된 한국 농수산물은 2015년 6억473만달러에서 2022년 14억3119만달러로 2배 넘게 늘었다. 고추장·된장·간장 등 장류와 라면, 김, 쌀 등이 주요 수출 품목. 한식의 인기가 늘며 현지에선 생산되지 않는 장류 등을 한국에서 공수하는 한식당과 현지인들이 늘면서 이뤄낸 성과다.

최근 한식의 폭발적 인기는 BTS, 오징어게임 등 ‘K컨텐츠’의 인기가 한 몫했다는 것이 뉴욕 한식당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뉴욕을 중심으로 한 한식 사업가들의 모임인 미동부 한식세계화추진위원회 문준호 회장은 “2019년 BTS 멤버들이 떡볶이를 먹는 모습이 화제가 된 뒤 떡볶이가 불티나게 팔렸다”며 “처음엔 맵다고 손사레를 치다가 먹다보니 맛있다며 떡볶이 팬이 된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한식 열풍의 바탕엔 한국인 특유의 ‘근성’도 있었다. 1998년부터 한식당을 운영해온 문 회장은 “2001년 9.11테러, 2008년 리만브라더스 사태 등 위기마다 맨해튼 식당들이 문을 닫는 와중에도 32번가만큼은 쉬지 않았다”며 “회사에 나왔다 문 연 식당이 없어 우연히 한식을 접하고 단골이 된 뉴요커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뉴요커들은 호기심이 많아 단골일수록 더 한국적인 음식을 찾는다”며 “최근 여러 식당이 품앗이 하듯 국산 시래기 한 컨테이너분을 공동 수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산 식자재만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E커머스도 생겨났다. 2019년 설립된 ‘김씨마켓’은 한국의 고급 식자재 600여종을 미국에 판매한다. K-BBQ로 미슐랭 스타를 받은 COTE(꽃)과 아토믹스 등 고급 한식당을 비롯해 초고급 식자재점인 머컨타일이스트(Mercantile East)등에도 쌀과 간장 등을 납품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한식의 인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뉴욕을 비롯해 파리, 도쿄 등 세 도시에서 우수 해외 한식당 8곳을 선정했다. 맛과 서비스 뿐 아니라 한국 식자재 활용도 등을 종합 평가해 한식당의 ‘기준’자체를 높이고, 수출을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캘리포니아, 버지니아, 뉴욕 등에 이어 뉴저지주의 ‘김치의 날’(매년11월22일) 법정 기념일 지정을 추진 중이다.

제작 지원=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뉴욕=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