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런던 봉쇄 때 송골매 먹이마저 바뀌었다

인간활동 줄면서 비둘기 개체 줄자 15% 급감…찌르레기·잉꼬 등으로 대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런던이 봉쇄됐을 때 주변에 서식하던 송골매의 먹이까지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 시민이 주는 먹이에 의존하거나 쓰레기를 뒤지던 비둘기 개체가 줄어들면서 매의 식단도 바뀌게 됐다는 것인데, 인간의 행동이 도시 포식자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해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영국생태학회(BES)에 따르면 킹스 칼리지 런던의 브랜던 막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영국내 27개 도시의 송골매 둥지 31곳에 설치된 온라인 카메라를 활용해 세 차레 번식기에 걸쳐 먹이 활동과 번식 등을 관찰해 얻은 결과를 BES 학술지 '인간과 자연'(People and Nature)에 발표했다.

첫 번식기는 런던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격리가 이뤄지던 시기로, 송골매 먹이 중 비둘기는 14.5% 줄고 대신 찌르레기와 잉꼬 등이 각각 6.9%, 3.2%씩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다른 도시에서는 비둘기 비중이 그대로 유지됐다.

송골매가 낳은 알의 수나 부화, 성숙 등도 큰 차이가 없어 코로나19 봉쇄 기간에도 먹이부족을 겪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막 박사는 "런던처럼 고도로 도시화한 대형 도시에서 송골매는 비둘기처럼 먹잇감을 지탱해주는 인간 활동에 더 의존적일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인간 활동의 변화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 유해 동물 방제 조치가 이를 먹이로 삼는 포식 동물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관해 다시금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폴란드에서는 농가에서 집비둘기와 기타 가축 등의 사육을 중단하자 이를 먹이로 삼는 흰참매가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사례도 있다. 연구팀은 유해 동물이나 포식자의 먹이가 될 수 있는 동물은 대개 인간이 관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비둘기와 같은 유해 조류의 감소는 맹금(육식조)이 먹이를 바꾸거나 둥지에서 더 멀리 사냥을 나가게 해 덜 이상적인 먹이로 영양상태를 떨어뜨리거나 사냥에 더 큰 노력을 투입해 번식에 쏟을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 박사는 "세계는 코로나19에 따른 도시 봉쇄조치가 야생동물에 미친 영향을 아직도 배워가고 있는 중"이라면서 "이는 환경을 공유하고 있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 조명해 줄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지구촌 차원에서 비슷한 연구를 진행하는 '글로벌 인류정지 맹금 연구 네트워크'(GARRN)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영국의 맹금이 코로나19 봉쇄 기간에 겪은 것을 다른 곳과 비교한 결과가 몇 년 안에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