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지옥 보내놓고…학폭 가해자는 서울대 입학 '승승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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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징계하면 뭐하나…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57·사진)의 아들이 고교 시절 심각한 수준의 학교폭력(학폭)을 저지르고도 서울대에 입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인 우려를 사고 있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정시 전형으로 서울대에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능 100%' 전형이면 명문대도 못 걸러
정시 대부분 수능만 반영
내신·논술 전형서도 확인 못해
27일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의 2023학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을 보면 정시 모집의 경우 대부분 수능 성적을 100% 반영해 당락을 가리는 방식이다. 정시 전형의 경우 학교생활기록부를 반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출조차 요구하지 않아 사실상 학폭 전력을 검증할 수 없다. 정 변호사의 아들이 서울대에 입학하던 당시 정시 모집에서도 사실상 대입수학능력시험(수능) 점수로만 합격자를 뽑았다.수시 전형에서도 학생부 기재사항을 정성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제외하면 내신 또는 논술시험 성적을 주로 반영해 학폭으로 인한 징계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 연세대는 올해 정시 일반전형에서 수능성적 총점 순으로 합격자를 선발했다. 수시모집의 학생부교과전형은 학생부교과(정량평가) 성적을, 논술전형은 논술시험 성적을 100% 반영했다. 고려대와 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이화여대·서울시립대도 정시에서 수능 성적을 100% 반영하고 있다.
서울대는 정 변호사의 아들이 입학하던 2020년 당시 '수능 위주 전형'(일반전형)에서 수능 성적을 100% 반영했다. 올해의 경우 1단계 '수능 100%', 2단계 '1단계 성적(80%)+교과평가(20%)'로 세분됐지만, 2단계 교과평가(20%) 역시 교과 학업성적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다만 '학내·외 징계 여부와 사유 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서류를 요청할 수 있고 감점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정시 모집에선 일부 의과대학을 제외하고는 인성은 반영 요소가 아니고 수시 역시 학종에서만 좀 포함된다"며 "학폭은 사실상 걸러지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현행법상학교장은 학교폭력심의위원회(학폭위) 조치사항을 가해학생의 학생부에 기재하게 돼 있다. 조치사항은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1호)부터 피해학생에 대한 접촉 등 금지(2호)·학교에서의 봉사(3호)·사회봉사(4호)·전문가에 의한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5호)·출석정지(6호)·학급교체(7호)·전학(8호)·퇴학(9호)까지다.
문제는 대부분 대학이 이같이 정시 전형에서 학생부를 전혀 반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 변호사처럼 가해자 부모가 소송전을 벌일 경우 학생부에도 기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정 변호사 부부는 2018년 아들이 전학 처분을 받자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내고 이듬해 4월 대법원 판결까지 사건을 끌고 갔다. 학교폭력 전문인 박상수 변호사는 소셜미디어(SNS)에 "학폭위 결정이 나오면 가해자나 그 부모는 일단 학폭위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을 한다. 처분만으로 아이의 인생이 잘못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 대부분 (집행정지)를 받아준다"며 "그 순간 강제 전학 조치를 받아도 집행이 정지되고 학생부에도 기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