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9개월 만에…서울 중위가격 '10억 붕괴'

중위가격 7개월째 약세

이달 9억9333만원 기록
1월보다 2000만원 내려

영끌족 매수한 '노도강' 중심
전용 84㎡ '10억 이탈' 속출
"중대형보다 중소형 타격 커"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이 1년9개월 만에 10억원 밑으로 내려앉았다. 10억원 미만 거래가 속출하면서 서울 주요 단지가 ‘10억 클럽’ 타이틀을 잇달아 반납하고 있어서다.

서울 아파트 중위값 7개월째 하락

27일 공개된 KB부동산 월간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9억9333만원으로, 전월(10억1333만원)보다 2000만원 내려갔다. 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10억원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2021년 6월(10억1417만원) 이후 1년9개월 만이다. 전국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도 작년 12월(3억9833만원) 4억원대가 붕괴된 이후 이달 1월 3억8667만원, 2월 3억8000만원으로 내림세를 이어갔다.

중위가격은 매매된 아파트를 일렬로 세웠을 때 중간에 있는 값이다. 모든 매매값을 주택 수로 나누는 평균 가격이 고가 아파트 매매가에 크게 영향받는 데 비해 중위값은 진폭이 적은 편이다. 통계 전문가들이 부동산 시세를 볼 때 평균값보다 중위값 흐름을 면밀히 살피는 이유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해 7월 역대 최고가인 10억9291만원을 기록한 뒤 7개월째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7월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25%로 올리며 금리 인상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을 때다. 작년 하반기에만 네 차례 기준 금리를 인상했다.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떨어진 건 최근 5년간 세 차례에 불과했다.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율을 인상한 ‘9·13 대책’ 여파로 2018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5개월간 8억4502만원에서 8억2574만원으로 떨어졌다. 2020년 7월부터 3개월간은 종합부동산세율 최고 6% 인상 영향으로 하락했다.

‘10억 클럽’ 반납 단지 속출

지역별로는 강북 14개 구 중위값이 이달 기준 8억6167만원을 기록하며 8억원대 중반으로 밀렸다. 2021년 6월(8억6833만원) 가격대로 돌아간 것이다. 강남 11개 구는 12억500만원으로 2021년 4월(12억1667만원) 수준으로 회귀했다. 지난해 7월 대비 하락폭은 강북 14개 구가 7.2%, 강남 11개 구는 9.2%로 강남권이 더 컸다.

이달 매매 평균가격은 중위값보다 높게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평균값은 이달 12억2482만원을 기록한 가운데 강북 14개 구는 9억6148만원, 강남 11개 구는 14억6235만원으로 집계됐다.주로 젊은 층이 대출을 끌어모아 매수한 지역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 전용면적 84㎡는 신고가 13억9800만원(2021년 9월)을 크게 밑도는 9억1000만원에 최근 매매됐다.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 롯데캐슬’ 전용 84㎡도 작년 4월까지만 해도 11억3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달 9억9000만원에 팔렸다. 도봉구 창동 ‘주공19단지’ 역시 전용 68㎡가 한때 11억5000만원(신고가·2021년 7월)에 달했지만 이달 들어 최저 6억9800만원에 매매가 성사됐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중간값이 평균값보다 크게 낮은 건 중대형·재건축 아파트보다 중소형·신축 아파트가 타격을 받고 있다는 의미”라며 “상승장에서 ‘영끌’을 한 20·30세대가 고금리 시장에서 융단폭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