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하는 中 잡는다"…케링그룹, 럭셔리 뷰티사업 가속

이달 별도 뷰티사업 법인 설립

구찌·발렌시아가·생로랑 등 보유
엔데믹 접어든 세계 2위 中 공략
'숙적' LVMH 따라잡기 나선 듯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에 이은 글로벌 명품업계의 강자 프랑스 케링그룹이 본격적인 뷰티사업 강화에 나선다. 이달 초 별도의 뷰티 법인을 설립하고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알렉산더 맥퀸’ 등의 뷰티 라인을 강화할 방침이다.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대행사를 통해 판매 중인 ‘구찌’ ‘생로랑’ 역시 자체적으로 사업을 펼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뷰티시장 공략 나선 케링

27일 럭셔리·뷰티업계에 따르면 케링은 이달 초 별도 뷰티법인을 설립하고 화장품 사업에 속도를 내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현재 케링그룹 주요 브랜드 가운데 색조 제품까지 모두 판매하는 브랜드는 ‘구찌’와 ‘생로랑’ 두 개뿐이다. 다만 케링 산하 브랜드의 신제품 출시 권한은 라이선스 계약사인 코티(구찌)와 로레알(생로랑)에 있어 케링이 직접 두 브랜드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뷰티업계에선 케링이 향수만 팔고 있는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알렉산더 맥퀸의 제품 라인업을 색조 등으로 다변화하는 행보에 조만간 나설 것으로 본다. 이후 코티, 로레알과의 라이선스 계약이 종료되면 구찌와 생로랑도 직접 운영할 공산이 큰 것으로 관측한다.

장 프랑수아 팔루스 케링그룹 전무는 지난해 7월 말 반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뷰티사업은 잠재력이 엄청난데, 코티 영향력 아래에서 진행된 화장품 개발이 더딘 점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코티와 라이선스 계약을 끝내고 그룹 차원에서 뷰티 사업을 전개하는 방식에 관해서는 “모든 옵션이 열려 있다”고 답했다.

럭셔리 뷰티 시장 급성장

케링이 현시점에서 뷰티 법인을 신설한 건 세계 2위 럭셔리 뷰티 시장 중국까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에 접어든 게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야외활동이 늘어나 색조 화장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폭발할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는 얘기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글로벌 럭셔리 뷰티 시장 규모는 2021년 518억달러(약 68조원)에서 지난해 573억달러(약 75조원)로 10.6% 불어났다. 2025년엔 657억달러(약 86조원)로 증가할 전망이다.숙적 LVMH의 뷰티사업 매출이 커지는 것도 케링을 자극했다. ‘디올’ ‘겔랑’ ‘겐조’ ‘지방시’ 등을 보유한 LVMH의 뷰티 계열사 LVMH P&C 매출은 지난해 77억2200만유로(약 10조원)로, 2019년 대비 13.0% 늘었다.

별도 법인 설립을 통해 다른 사업을 성공적으로 확장한 경험이 있는 것도 뷰티법인 설립 요인으로 지목된다. 안경·선글라스 사업을 펼치는 케링 아이웨어는 2014년 설립돼 ‘린드버그’ ‘까르티에’ 등을 앞세워 시장을 넓히고 있다.

전년 대비 지난해 매출 증가율은 62.7%에 달한다. 글로벌 뷰티업체에 납품하는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관계자는 “화학제품인 화장품은 가죽, 패션, 아이웨어 제품보다 제조 및 유통 단계가 훨씬 까다롭다”면서도 “마진이 많이 남는 상품 특성상 충성도 높은 고객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라면 뷰티사업을 직접 펼치는 데 욕심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