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40년 만에 빛 보는 오색케이블카

‘유럽의 지붕’ 스위스 알프스 융프라우엔 2020년 말부터 ‘아이거 익스프레스’라는 최첨단 케이블카가 운행 중이다. 정상 도달 시간을 기존보다 47분(왕복 1시간34분) 단축한 것은 물론 시속 100㎞ 강풍도 버틸 정도로 안전하다. 초대형 26인승 케이블카 44대를 단 7개의 기둥으로만 지탱하는 친환경 공법이 적용됐다. 융프라우철도회사가 5년간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다니며 동의를 얻고 5800억원을 투입한 이 케이블카는 융프라우의 새 명물이 됐다.

알프스 일대는 ‘케이블카 천국’으로 불린다. 스위스는 450개의 관광 케이블카를 운영 중이며, 이웃 오스트리아엔 이보다 훨씬 많은 2600개가 있다. 알프스를 같이 품고 있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까지 합하면 6000개나 된다. 오스트리아는 케이블카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6%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적 효과가 막대하다.유럽에 케이블카가 보편화한 것은 산악 지역 교통 편의와 관광 유발 효과가 있다면 특별한 규제 없이 가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궤도 운송·환경·문화재·국토개발 관련 법령 10여 개를 통과해야 하는 난공불락의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그러다 보니 전국 22개 육상국립공원 중 케이블카가 설치된 곳은 설악산 내장산 덕유산 등 3곳에 불과하며, 그나마 1989년 덕유산 이후 34년간 추가 설치는 한 건도 없다. 우리와 비슷한 규제가 있는 일본이 31개 국립공원 중 29곳에 설치된 것과 비교해도 유독 심하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40여 년 만에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1982년 설악산 두 번째 사업으로 추진한 이후 환경부는 물론 문화재위원회 등으로부터 여러 차례 퇴짜를 맞다가 △산양 서식지 보호 △기존 탐방로와 이격거리 확보 등의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물론 환경단체와 설악산 정상 대청봉 일대의 혼잡을 우려하는 일부 등산객의 반대 목소리도 무시할 순 없다. 그러나 환경도 지키면서 관광 편의와 지역경제 회생을 함께 달성하는 방법을 얼마든지 강구할 수 있다. 케이블카에 힘입어 인구 6000명 시골 마을에 연간 130만 명이 몰려드는 알프스 마터호른 인근의 체어마트처럼, 인구 2만7000명에 재정 자립도 전국 최하위급인 강원 양양에도 이름처럼 볕이 들기를 기대한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