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사평가 패러다임 전환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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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삼성전자·SKT 등 인사 혁신최근 성과주의 평가 방식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평가 공정성 이슈가 자주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성과평가는 그저 구성원의 성과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하나의 제도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성과평가 방식에 따라 구성원의 행동 양식이 변화한다.
등급보다 구성원 간 협업이 중요
김광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사평가는 구성원의 성과를 기준으로 상위 고과자 20%, 중간 70%, 하위 10% 식으로 등급을 부여하는 스택 랭킹(stack ranking)을 적용했다. 이런 평가 방식은 조직에 긴장감을 높이고 내부 경쟁을 통한 고성과 창출에 효과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기술과 사업모델 혁신이 늘어나면서 조직 내외부에서의 협력과 협업이 더욱 중요해짐에 따라 성과평가 방식 변화는 불가피하다. 이에 MS는 2013년부터 스택 랭킹을 폐지하고 성과와 개발을 접목한 평가제도(performance & development)로의 대전환을 시작했다. 등급과 강제 배분율을 폐지해 협업으로 더 나은 결과를 창출하는 데 집중하고, 업무에 대한 수시·동료 피드백과 코칭 강화를 통해 구성원의 학습과 성장을 견인하고 촉진하는 인사 혁신이었다. 보상도 부서 예산 내에서 조직과 사업 기여도에 맞게 주도록 해 고성과자의 만족도와 공정성 지각이 높아졌다.많은 기업이 강제 배분 방식의 성과평가 제도를 운영하는 한국도 MS와 비슷한 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SK텔레콤은 2017년 상대평가를 완전히 폐지하고 등급 없는 절대평가를 도입했다. 개방·공유·협업을 촉진하고 일하는 방식에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과업 단위로 본인과 동료 그리고 상사가 리뷰를 진행하는 상시 성과관리 체계를 도입했다. 승격은 역량평가 결과에 기초해 진행하고 있으며, 승격 기준 설정이나 보상제도 수립도 사업부별로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성과급과 관련해서는 수시 평가 결과를 참조해 부서장이 예산 내 조직 성과 보상과 추가 기여 보상을 자율 배분 결정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삼성전자도 인사 혁신에 진심이다. 지금까지 성장을 견인한 성과주의 기조 아래 조직목표 달성에 효과적으로 집중해 구성원 간 건설적 협업을 유도하고 촉진할 수 있는 육성형 성과관리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강제 등급 배분율을 완화하면서 업무·프로젝트 단위 평가를 통한 수시 피드백을 강화하고 동료 리뷰도 확대 중이다. 보상 배분도 부서장에게 일정 정도 재량권을 부여하는 등 관리자의 권한을 확대해 현장 중심 인재관리에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 이런 변화는 개인의 성장과 역량 개발은 물론 조직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협업문화를 구축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숙제도 많다. 관리자의 권한과 재량이 커진 만큼 이에 걸맞은 책임 강화 및 역량 제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명확한 성과 기준 수립 및 공유가 필수적이고, 수시·동료 피드백을 제대로 지원하며 인사평가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성과관리 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
한국 기업은 과거 같은 고도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4차 산업혁명 기술 패권의 백척간두에 서 있다. 목표 달성에 절실한 협업 촉진과 구성원 역량 개발을 위한 소통 강화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인사평가 정착을 통해, 올 계묘년이 효과적 조직 성과 창출과 구성원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 다 잡는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