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쌀 4배 값에 파는 美 김씨마켓 "콘텐츠 담아야 프리미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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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20년, 선진 농업 현장을 가다“중국 식품회사 ‘플라이 바이 징’이 만든 칠리소스가 미국에서 원가의 10배가 넘는 금액에 팔립니다. 한국산이라고 그렇게 못할 이유가 있나요.”
(6·끝) 한식자재 브랜드 키워라
품질에 브랜딩 결합하면
국산 농식품도 美서 통해
韓, 브랜딩서 中·日에 뒤처져
품질 같아도 철학·역사 담겨야
프리미엄 제품 될 수 있어
최근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사무실에서 만난 라이언 김 김씨마켓 대표는 “철저한 품질관리와 브랜딩을 결합하면 국산 농식품으로 미국 고급 식재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했다.
김씨마켓은 김 대표가 2019년 뉴욕에 설립한 고급 한식 재료 전문 온라인 쇼핑몰이다. 쌀, 간장, 매실액 등 600여 종에 달하는 식재료를 아토믹스, 꽃 등 뉴욕의 미쉐린 스타 한식당과 고급 식자재점에 납품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김 대표는 은행원 출신으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캠프와 상무부에서 일한 이색 경력을 갖춘 창업자다.
그는 150조원에 달하는 미국 내 아시아 식품 시장에서 고급 한식자재의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 대표는 “미국에선 법상 재료의 원산지를 명확히 밝힐 의무가 없다 보니 값싼 중국산 원재료를 한국에서 가공·포장만 한 ‘packaged in korea’ 식자재가 주로 유통되고 있었다”며 “뉴욕에만 미쉐린 한식당이 아홉 개나 될 정도로 한식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한국산 원료로 만든 프리미엄 식재료가 주목받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김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후 한국 곳곳을 돌며 제품 발굴에 나섰다. 시작은 경북 포항의 전통장 제조업체 죽장연에서 만든 고추장과 된장 등 다섯 가지였다. 이후 3년 만에 취급하는 식자재 수가 600여 개로 늘었다.
250종이 넘는 국산 쌀 품종을 선별해 수입한 뒤 자체 정미 설비를 통해 원하는 분도수(깎아낸 정도)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히트를 쳤다. 다양한 품종이 섞인 혼합미가 주류인 미국에서 고품질 쌀을 원하는 형태로 맞춤 공급하는 서비스가 미세한 맛 차이를 중시하는 고급 식당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렇게 엄선된 쌀은 15파운드(약 7㎏) 기준 60~75달러(약 7만8000~10만원)에 팔린다. 국내 쌀 10㎏ 소매가가 3만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3~4배의 프리미엄을 받는 것이다.
김씨마켓은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셰프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장 조지가 지난해 8월 뉴욕에 문을 연 레스토랑 겸 시장인 틴빌딩의 아시안 식재료점에도 국수, 매실액, 어간장 등을 납품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았다.그는 한국산 농식품 수출을 늘리기 위해선 브랜딩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마켓은 제품 생산자의 이야기를 비롯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한국식 조리법 등 다양한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제품과 함께 제공한다. 김 대표는 “품질이 같아도 농부의 철학이나 역사 등 콘텐츠를 갖추고 있는지가 프리미엄 제품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좌우한다”며 “브랜딩 측면에서 한국은 일본과 중국보다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뉴욕=황정환 기자
제작 지원=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