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더는 못 참아"…카카오, SM엔터 '맞불 공개매수' 시사

카카오 vs 하이브 전면전

카카오 "주주이익 훼손은 왜곡"
"모든 방안 적극 강구할 것" 포문
하이브 공개매수 성공 우려한 듯
SM엔터도 "자사주 매입" 지원

하이브 "경영참여 여부 밝혀라"
▶마켓인사이트 2월 27일 오후 5시43분
사진=연합뉴스/한경DB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7일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위한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28일 하이브의 공개매수 종료를 앞두고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엔터는 이날 김성수 대표 명의의 입장문에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SM엔터 3사 간 사업 협력 계약이 SM엔터 기존 주주의 이익을 훼손한다는 하이브의 주장은 파트너십 존속을 위협하는 사실 왜곡으로 이런 상황을 지켜만 볼 수 없다”며 “카카오와 긴밀히 협의해 모든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카오가 SM엔터 경영권 인수전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업 협력 계약 놓고 공방전

카카오는 그동안 SM엔터 신주 및 전환사채 인수를 통한 9.05% 지분 확보가 경영권 목적이 아니라 수평적 사업 협력 차원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이날 입장문에서 “기존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전략 선회의 배경은 ‘하이브의 사실 왜곡’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이브는 앞서 지난 24일 카카오와 SM엔터가 7일 맺은 사업 협력 계약과 신주 인수계약이 주주 가치를 침해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계약에 따르면 카카오는 SM엔터가 향후 추가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할 경우 신주를 우선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또 SM엔터의 국내 음반 및 음원 유통 권리도 카카오엔터에 배타적으로 부여하기로 했다. 아티스트들의 북미 및 남미 매니지먼트 업무는 양사가 미국에 신설할 50 대 50 합작사에 이관하기로 했다.카카오엔터는 입장문에서 “신주 인수계약에 포함된 우선협상권은 소수 주주가 일반적으로 보유하는 희석 방지 조항”이라며 “카카오가 SM엔터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주주 이익을 훼손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이브도 즉각 입장문을 내고 “상장사에는 수많은 주주가 있는데 특정 주주에게만 우선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사업 협력 계약에 대해서도 카카오는 “3사가 보유한 사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평적 시너지를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하이브는 “SM엔터의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아티스트들의 권리를 제약하며 SM엔터 구성원들의 미래를 유한하게 만드는 계약”이라고 강조했다.

주가 빠지자 하이브 공개매수 제동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돌연 전면에 나선 이유에 대해 이날이 거래일 기준으로 하이브의 공개매수 마감일(28일)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항 공개매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를 높여 하이브 공개매수의 성공 가능성을 낮추려는 시도라는 해석이다.SM엔터 주가는 지난 15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12만원 선을 뚫은 뒤 한때 13만원을 넘나들었지만 이날 종가 기준 12만300원까지 하락했다. 특히 하이브가 24일 “3사 간 계약이 주주가치 훼손”이란 입장을 밝힌 뒤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프로듀서가 제기한 신주 금지 가처분을 법원이 인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시장이 해석한 셈이다. 주가가 12만원을 밑돌면 하이브의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카카오는 SM엔터와의 사업 협력과 경영권 인수가 모두 어려워진다.

SM엔터 이사회는 이날 635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결정하며 우군인 카카오에 화력을 보탰다. 하이브는 이에 대해 “현 상황에서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행위가 법령 위반 소지가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행한 것은 명백한 SM엔터 이사회의 배임”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에 대해서는 “(이날 입장문이) SM엔터와의 사업적 협력 대신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선언인지 입장을 밝히는 것이 자본시장 참여자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책임 있는 행동”이라고 압박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