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보다 유명한 '맛보기 음악' 오페라 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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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수의 3분 클래식모처럼 오페라 극장을 찾은 당신. 공연 시작 시간이 다 됐는데 막은 오르지 않고 어디선가 오케스트라 연주 소리만 들린다.
공연 시작 알리는 '오페라 오버추어'
소란스런 장내 정리 역할만 하다
19세기 들어 서곡에 심혈 기울여
윌리엄텔 서곡 등 오페라보다 유명
관객들에게 ‘이제 곧 공연이 시작된다’고 알리는 오페라 서곡(overture)이다. 무대와 객석 사이 지하공간에 마련된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흘러나오는 이 음악은 마치 코스요리의 에피타이저처럼 메인요리(오페라 공연)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오페라 서곡은 오페라의 탄생과 함께 출발했다. 몬테베르디가 1607년 작곡한 최초의 오페라 ‘오르페오’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막이 오르기 전 공연장은 상당히 소란스러웠다. 서곡은 장내를 정리하는 용도로 쓰였다. 오페라 초기, 서곡에 대해 음악적으로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던 이유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서곡은 이어지는 오페라의 주제와 밀접해지기 시작한다. 오페라의 분위기나 테마를 ‘맛보기’로 들려주는 역할을 하게 된 것. 작곡가들은 작품의 첫인상이자 작곡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서곡에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서곡은 관객들의 주의를 환기하는 기능을 넘어 오페라의 중요한 파트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 사례가 모차르트가 작곡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이다. 현악기의 경쾌한 리듬이 극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은 네덜란드 독립을 위해 싸우다가 비극을 맞은 에그몬트 백작의 실화를 다룬 작품 특성상 엄숙함을 풍긴다. 한때 헝가리 혁명의 비공식 국가로 쓰이기도 했다.오페라 본편보다 더 유명한 서곡도 적지 않다. 로시니의 오페라 ‘윌리엄텔’(빌헬름텔) 서곡이 그렇다. 윌리엄텔 오페라는 공연 시간이 6시간에 달해 무대에 자주 오르지 못한다. 반면 이 오페라의 서곡은 지구촌에서 매일 연주되는 인기 레퍼토리다. 햄버거 브랜드 맥도날드의 광고음악으로 쓰여 한국인에게도 친숙하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