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선수, LPGA 외면…"10승 하던 시대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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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 대회 연속 무관, 왜1위 릴리아 부(미국), 2위 나타크리타 웡타위랍(태국), 3위 아타야 티띠꾼(태국), 공동 4위 마야 스타크(스웨덴)·셀린 부티에(프랑스), 공동 6위 고진영·넬리 코르다(미국)·리디아 고(뉴질랜드)·리오나 매과이어(아일랜드)….
"국내서도 큰 돈 벌 수 있다"
KLPGA 인기에 대회수 늘어
2년새 상금 269억→312억
"LPGA는 가성비 떨어져"
국내보다 체류비 등 2배 더 들어
LIV 등장으로 '3등 대회' 전락
지난 26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혼다LPGA타일랜드 결과는 요즘 LPGA투어가 어떤 구도로 흘러가는지 한눈에 보여준다. 상위 9명 중 3명이 유럽 출신이고, 미국과 태국 선수가 각각 두 명이다. 한국 선수 이름은 단 한 명뿐이다. 이번 대회로 한국은 18개 대회 연속으로 우승자를 내지 못했다. 한국이 이렇게 오랫동안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한 건 15년 만이다.지난 10년간 LPGA투어를 호령해온 한국 여자골프의 시대가 저문 걸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대회 수와 상금이 늘어나면서 LPGA에 도전하는 선수가 줄어든 걸 원인으로 꼽는다. “새로운 피가 수혈되지 않는 만큼 한국 선수들이 LPGA에서 매년 10승 이상 쓸어담는 시대는 더 이상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LPGA 한국 전성시대 끝나나
한국이 LPGA투어에서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한 건 작년부터였다. 지난해 한국 선수들이 합작한 승수는 단 4승으로, 2011년 3승 후 가장 적었다. 전인지(29)가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을 거머쥔 지난해 6월이 마지막이었다. 빈자리는 태국과 미국, 유럽 선수들이 채웠다.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 평균타수상, 신인상 등 트로피는 모두 다른 나라 몫이었다. LPGA투어에서 한국이 개인 타이틀을 하나도 못 딴 건 2008년 이후 처음이다.전문가들은 ‘대형 신인 부재’를 이유로 꼽는다. 그동안 국내 골프업계에선 박세리(46)가 ‘LPGA 성공 스토리’를 쓴 이후 한국에서 정상을 찍은 선수가 LPGA에 도전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유소연 김세영 전인지 박성현 고진영 이정은6가 그랬다. 한 선수가 주춤하면 신인이 뛰어들며 ‘한국전성시대’를 이어갔다.코로나19는 이런 트렌드도 바꿨다. 출입국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해외 진출을 미루는 선수들이 줄을 이었다. 국내 1인자인 박민지(25)가 대표적이다. 2021년부터 2년 연속 시즌 6승을 거뒀지만 LPGA 진출 계획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LPGA투어 퀄리파잉(Q)시리즈에 도전한 KLPGA투어 선수는 유해란(22) 한 명뿐이었다.
‘가성비’ 떨어지는 LPGA
한국 선수들이 LPGA를 외면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높아진 KLPGA의 인기와 상대적으로 떨어진 LPGA 위상이다. 올해 KLPGA투어는 32개 대회에 총상금 312억원 규모로 열린다. 2년 전 29개 대회, 총상금 269억원에서 큰 폭으로 늘었다.물론 상금 규모로 따지면 LPGA투어가 훨씬 더 크다. LPGA투어는 올 시즌 33개 공식대회에 총상금 1억140만달러(약 1342억원)를 내걸었다. 하지만 세계 톱랭커들과 싸워야 하는 만큼 대다수 한국 골퍼 입장에선 상금을 챙기기에는 KLPGA가 낫다.게다가 LPGA 선수로 뛰려면 국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돈을 써야 한다. 1개 대회에 참가하려면 항공료 숙박비 등으로만 5000달러(약 660만원)가 넘는 개인 돈을 써야 한다. 28개 대회에 출전한다고 가정하면 14만달러(약 1억8500만원)에 이른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항공료와 평소 머무를 거주비 등은 별도다.
업계 관계자는 “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 중 상당수가 지난해 큰돈을 벌지 못했다”고 했다. 한 선수의 부모는 “먼 이동 거리, 외국생활에서 겪는 외로움 등을 감안하면 ‘더 큰 무대에 도전하라’고 등 떠밀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LPGA투어의 매력도 예전만 못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를 등에 업은 LIV골프가 생기면서 LPGA는 PGA투어와 LIV골프에 이은 ‘3등 대회’로 전락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