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가 '李체포 찬성' 반란표 주도…민주당, 리더십 타격…分黨 치닫나

민주당서 무더기 이탈표

'압도적 부결' 자신했던 巨野
169명 중 138명만 반대표 던져

李대표 체제 심각한 균열 불가피
사퇴론·계파간 내홍 본격화할듯
비명계 "이대론 총선까지 무리
의원들 사이서 액션 나올 수도"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무효 20명으로 부결됐다. 이 대표(오른쪽 앞줄부터)가 박홍근 원내대표, 정청래 최고위원과 함께 투표함으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병언 기자
“찬성 139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김진표 국회의장이 발표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 내 이탈표는 최소 30표, 최대 37표에 이른다. 169명의 소속 의원 중 20% 이상이 이 대표 체포에 찬성하거나 무효표를 던진 것이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비판하며 봉합되는 듯했던 당 내홍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반대보다 찬성 많은 李 체포안

민주당은 당초 ‘압도적 부결’을 자신했다. 국민의힘(114명)과 정의당(6명)은 찬성 투표가 당론이었다. 일각에선 민주당계 무소속 의원 표까지 합치면 170표 이상 부결표가 나올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불과 10표 차이로 가까스로 부결됐다.

그만큼 민주당 내에서 이 대표에 대한 ‘반란표’가 많았다는 의미다. 친민주당계 무소속 의원 수 등을 감안하면 반란표가 40표에 이른다는 추산도 나온다. 검찰 수사에 저항해온 민주당의 ‘단일대오’가 사실상 무너진 것이란 해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당내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부결 후 사퇴’ 요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난 21일 의원총회에서 비명계 설훈 의원이 “이번에 당에서 부결시켜주면 이후에 이 대표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거취 관련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의미로 해석됐다.

당헌 80조 적용, 추가 영장 청구 시 대응 등을 놓고 당내 여진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당헌 80조는 이 대표 사퇴론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분당 가능성까지 제기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많은 이탈표에 분당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비명계 한 의원은 “대표 리스크를 안고 총선까지 가는 것은 무리라는 기류가 강해질 것”이라며 “이 대표가 스스로 판단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의원들 사이에서 액션이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2003년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 친명계 의원은 “부결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당에서 이렇게 생각이 다르다는 걸 확인하니 참담하다”고 말했다.결국 총선까지 져야 할 부담을 고려하면 이 대표와 당 지도부가 결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이 대표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경기지사 시절 2년간 재판에 시달렸지만, 그사이 경기도정 평가는 꼴찌에서 1등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상기해달라”고 답했다. 의원들의 압박이 강해질 경우 이 대표가 당원들에게 ‘재신임’을 물어 자신의 거취를 일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동훈의 설득, 주효했나

예상과 다른 투표 결과와 관련해 이날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설명에 나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발언이 의원들 사이에서 설득력을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장관은 15분가량의 발언에서 “이 대표는 성남시민의 자산인 개발 이권을 김만배 일당에게 고의로 헐값에 팔아넘겨 시민에게 피해를 줬다”며 “영업사원이 100만원짜리 휴대폰을 주인 몰래 10만원에 판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장동·위례 사건과 성남FC 사건은 죄질과 규모 면에서 단 한 건만으로도 구속이 될 만한 중대 범죄”라며 “이번 체포동의안은 다른 국민과 똑같이 법원의 심사를 받게 해달라는 요청”이라고 주장했다.뒤이어 단상에 오른 이 대표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영장 혐의 내용이 참으로 억지스럽다”며 “돈 버는 게 시장의 의무도 아니지만 적극 행정을 통해 (대장동 사업에서) 5503억원을 벌었음에도 더 많이 벌었어야 한다며 배임죄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설지연/전범진/원종환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