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신간] 아무도·시작의 이름

달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걱정 선생님
▲ 아무도 = 아델 타리엘 글. 밥티스트 푸오 그림. 이찬혁 옮김.
"공원에 아무도 수영장에 아무도 학교 아무도 (중략) 아무 곳에 아무도 없네."
2019년 11월 최초 감염 보고 이후 3년여. 우리가 경험한 '아무도 없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대규모 감염병으로 직장인은 회사에, 학생은 학교에 갈 수 없었다.

마스크를 사려고 줄을 서고 집 밖에서 행하는 모든 일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림책을 펼치면 길거리, 광장, 미술관, 공항 등 아무도 없는 풍경이 이어진다. 참새들만 '짹짹짹' 울고 바람과 나뭇잎만 춤을 춘다.

책장을 넘기며 아무것도 없는 풍경을 보다 보면 허전함은 "텅 빈 세상에 찾아온 휴식"처럼 느껴진다.

아무도 없는 순간을 응축한 글은 남매듀오 악뮤의 이찬혁이 노랫말럼처럼 리듬감있게 번역했다. 요요.

32쪽.
▲ 시작의 이름 = 셸리 무어 토머스 글. 멜리사 카스트리욘 그림. 이상희 옮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자연과 삶의 순리다.

우린 끝을 두려워하기 마련이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끝은 시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씨앗이 싹을 틔워야 꽃이 피고, 달걀이 부화해 껍질이 깨져야 병아리가 태어나고, 애벌레는 번데기를 거쳐 알록달록 나비가 된다.

"씨앗의 끝은 꽃의 시작이야. 달걀의 끝은 병아리의 시작. 애벌레의 끝은 나비의 시작이지."
그림책 속 아빠는 아이와 함께 일상 속의 시작과 끝을 살핀다.

아이는 놀이터에서 "혼자의 끝은 함께의 시작"이란 걸, 꿈나라로 떠나며 "오늘의 끝은 내일의 시작"이란 걸 깨닫는다.

아빠는 아이에게 "끝을 두려워하지 말아. 끝이란 우리가 살아가고 변화되고 성장할 때 늘 만나는 순간"이라며 이 책이 끝나면 시작될 아이의 이야기를 궁금해 한다.

끝이란 두려움을 시작의 용기로 바꾸는 시 그림책이다.

소원나무. 40쪽.
▲ 달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 토비 리들 글·그림. 김이슬 옮김.
여우 클라이브와 당나귀 험프리는 도시 한 귀퉁이에서 살아간다.

낮에 공장에서 일하는 클라이브는 작은 원룸 아파트에 살며 도시 생활에 적응했다.

반면 일정한 수입도 집도 없는 일용직인 험프리는 도시의 삶이 힘겹기만 하다.

어느 날 클라이브는 험프리의 낡은 가방에서 그가 주웠다는 종이봉투를 발견한다.

그 안에는 유명 극작가의 연극 '달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초대권이 들어있었다.

둘은 초대권으로 화려한 공연과 근사한 저녁 식사를 즐기며 다신 오지 않을지 모를 순간에 감동한다.

눈물을 흘린 험프리는 귀가하는 길에 클라이브를 꼭 안아준다.

가난을 두려워하고 경멸하는 세상에서 삶의 조건이 다른 둘의 우정과 연대가 뭉클하게 그려진다.

작가는 그림책에 이들의 현실을 엿볼 아이콘을 곳곳에 숨겨놓았다.

휴식하는 클라이브 뒤로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 '삼나무가 있는 밀밭' 액자가, 레스토랑에서 위태롭게 서빙하는 험프리 옆엔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 액자가 걸려 있다.

책읽는곰. 40쪽.
▲ 걱정 선생님 = 기타가와 치하루 글. 오노 야요이 그림. 최경식 옮김.
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 타츠야는 처음 본 사람과 말을 잘 못 하는 내성적인 아이다.

새내기 교사 신페이도 입학실 날부터 긴장할 만큼 언제나 걱정이 많다.

"오늘부터 나도 1학년이야. 나도 처음으로 선생님이 되었거든.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타츠야는 그런 담임을 '걱정 선생님'이라 부른다.

동화는 어른도 아이와 다르지 않다는 점에 착안한다.

아이들에게 완전한 존재로 여겨지는 교사는 동물원으로 소풍을 가 우산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세상의 '처음' 앞에서 서툴고 막막한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다정한 격려를 건네는 이야기다. 주니어RHK. 72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