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도 이곳만 가면 긴장…"세종시 '갑 중의 갑'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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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청사 중앙에 들어선 신청사 '중앙동'
'갑(甲)'으로 불리는 행안부·기재부 입주
'갑동'으로 일컬어져
기재부 입주 결정으로 인해 중복 이사 발생
혈세 낭비 논란 불가피
지난 28일 오전 세종시 어진동의 정부세종청사 인근을 지나던 한 중앙정부 공무원은 청사 부지 한 가운데에 있는 건물을 멀찍이 가리키며 이 같이 말했다. 그가 손으로 지목한 건물은 지상 15층, 지하 3층 규모로 지어진 신청사 '중앙동'으로, 2020년 4월 첫삽을 뜬 이후로 2년 6개월만인 지난해 10월 준공됐다. 이날 오후 중앙동 근처는 중앙동으로의 이전이 확정된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의 이사 작업이 한창이었다.중앙동은 정부세종청사 인근을 지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이다. 기존청사는 높아봤자 6층 안팎으로 낮고 길게 펼쳐진 구조인 데 반해 신청사인 중앙동은 15층으로 비교적 높게 지어졌기 때문이다. 외벽 역시 기존청사는 회색 위주로 시멘트를 연상하게 하는 반면 신청사는 푸른빛 유리로 둘러쌓여 있어 보다 현대적인 건물이라는 인상을 준다.
행안부는 각 부처의 조직 구조와 인력 정원을 결정짓는 권한을 갖고 있어 '갑'으로 불린다. 기재부는 정부가 무슨 사업을 하든 꼭 필요로 하는 예산을 얼마나 쥐어줄지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어 자타가 공인하는 갑이다. 이에 조직을 개편하려 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는 모든 정부 부처는 행안부나 기재부에 '을(乙)'의 입장에서 일종의 설득 작업을 펼친다.
중앙동은 건설 작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용의 여의주'라고 불리며 관가의 이목이 쏠렸다. 정부세종청사의 기존청사는 하늘에서 보면 '용(龍)' 모양으로 지어졌는데, 중앙동은 기존청사 부지 정중앙에 지어져 '여의주'라는 별명이 붙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과기부 대신 기재부를 중앙동 입주 기관으로 정했다는 설명이지만, 혈세 낭비 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과기부 공무원 노조는 지난해 7월 과기부 대신 기재부가 중앙동을 쓰기로 한 결정에 대해 "이사비용 100억원이 낭비된다"며 비판 성명을 냈다.다만 기재부가 지난해 발주한 이사용역 내역에 따르면 기재부가 중앙동으로의 이사 예산으로 실제 책정한 금액은 7억5000만원이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기재부가 중앙동에 입주하는 것도 타당한 측면이 있지만, 기재부가 신청사로 들어가기 위해 모종의 갑질을 하지 않았겠냐는 소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현재 행안부와 기재부 이사 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있다. 행안부는 지난 15일부터 이사를 시작해 이달 1일까지 이사 작업을 마칠 계획이고, 기재부는 지난 22일부터 시작해 오는 8일까지 이사를 끝낼 방침이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