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창업주가 세운 '한국판 미네르바 스쿨'…삼성·미래가 돈 굴린다

조창걸 한샘 창업주, 사재 출연 기금
위탁 운용규모 600억
삼성 운용 태재대, 미래운용은 태재연구재단 맡아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조창걸 한샘 창업주가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한국판 미네르바 스쿨' 대학과 연구재단의 기금 600억원가량을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굴리게 됐다. 이들 법인은 기금을 외부에 처음 위탁하는 만큼 먼저 수백억원 단위로 맡기되 기업들의 운용실적에 따라 위탁액을 늘려가겠단 방침이다.

시장에선 이런 위탁 운용을 두고 '최고투자책임자(CIO)의 역할을 아웃소싱한다'는 뜻의 외부위탁운용관리(OCIO)로 부른다. 연기금과 국가기관, 법인 등이 여유자금을 외부 투자전문가인 증권사나 운용사에 일임해 운용하는 체계다. 전략적 의사결정 권한의 상당부분이 수탁자인 운용기관에 위임되는 만큼 내부 전문 운용인력이 부족한 위탁자로서는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1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태재연구재단'과 '태재학원'(태재대학교)은 최근 미래에셋운용과 삼성운용에 기금 OCIO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사실을 통보했다. 두 법인은 당초 작년 말부터 미래에셋운용과 삼성운용을 비롯해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총 네 곳을 대상으로 제한적 경쟁입찰을 진행했다. 증권사 두 곳이 탈락하고 자산운용사 두 곳이 낙점된 것이다.

미래에셋운용은 태재연구재단의 기금을, 삼성운용은 태재학원이 설립·운영하는 태재대학교의 기금을 맡게 된다. 위탁 운용규모는 기금별로 약 300억원씩 모두 600억원 수준이다. 발주기관인 태재연구재단과 태재학원 측은 오는 4월 중으로 두 운용사와 최종 계약을 체결하고 기금 집행에 나설 계획이다. 위탁 운용기간은 향후 3년간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금 자금운용을 위한 조직 구성 체계와 내부 운용 규정 등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지금으로선 두 기업의 컨설팅을 받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충분한 자문 이후 이사회 결의를 통해 두 전담기관을 최종 선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창걸 전 한샘 명예회장. 사진=한경DB
한샘 재단법인인 태재연구재단은 장학사업과 국내외 학술 연구비 지원 사업을 하는 곳이다. 2015년 3월 당시 조창걸 창업주는 태재연구재단에 보유 한샘 지분의 절반인 260만주를 출연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21년 말 기준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태재연구재단 기금 규모는 3000억원가량이다.

태재학원은 인재 양성을 위해 세워진 사립학교법상의 학교법인으로, 작년 1월 교육부로부터 설립허가를 받았다. 태재학원은 이른바 태재대의 연내 개교를 앞두고 있다. 미국 미네르바대학은 지정 강의실이나 도서관 없이 학생들이 재학 중 세계 여러 도시에 머물며 온라인 수업을 듣도록 하고 있다. 이런 혁신적 교육 방식을 표방해 미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다.

태재재단과 대학 기금의 OCIO는 조창걸 창업주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학 적립금은 기업 유보금과 유사한 성격이다. 연구와 장학, 퇴직 등 용도가 지정된 경우가 많아 쉽게 넣고 뺄 수 있는 돈이 아니다. 보수적 운용이 필요하지만 개교도 전부터 외부에 기금을 맡기고자 한 것은 예금 위주의 기존 관리 방식을 벗어나 전문성과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위험을 다소 감수할지언정 보다 수익을 꾀할 수 있는 자금 운용 구조를 시험해보고자 하는 것"이라며 "다만 도입 초기이기 때문에 컨설팅을 받으면서 내부 자산배분 기준과 철학을 명확히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