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 중소기업계 염원 저버린 특허청장 사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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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리사회 성명대한변리사회(회장 홍장원)가 지난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인실 특허청장이 보인 발언과 태도를 규탄하며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변리사회는 28일 "특허 침해소송에서 변리사와 변호사의 공동 대리 도입은 지난 20년간 한국 과학기술계와 중소·벤처기업계가 바라던 염원"이라며 "이 청장은 이런 염원과 기대를 송두리째 밟아버렸다"고 주장했다.특허 침해 민사소송(침해금지 청구, 손해배상 등)에서 변리사와 변호사의 공동 대리를 허용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은 20년 전 17대 국회(2004년 4월)때 처음 제출됐다. 이후 현재 21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매번 입법이 추진됐다. 그러나 변호사, 검사 출신 의원들이 주로 참여하는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단 한 번도 넘지 못했다.
최근엔 과학기술 고도화에 따라 특허 관련 소송이 너무 복잡해져 변호사 단독 대리만으론 소송에 대처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과학계와 중소벤처업계의 민원이 빗발쳤다. 여기에 박범계 의원 등 민주당 소속 법사위 위원들이 변리사법 개정안 통과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어느 때보다 국회 통과 기대감이 컸다.
변리사회는 "이 청장은 변리사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필요성에 대한 의원들의 반복적 질문에도 끝까지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며 "오히려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법안의 무덤'이라 불리는 법사위 제2소위로 보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결국 변리사법 개정안은 법사위 전체회의 의결 대상 안건에 회부되지 않았다.변리사회는 "법사위 위원들이 오히려 이 청장에게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된 지 20년이 됐는데 무엇을 더 논의해야 하는가'를 되물었으니 소관부처와 법사위원 역할이 뒤바뀐 참으로 해괴한 일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변리사 출신인 이 청장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최근까지 변리사법 개정안 통과에 노력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변리사회는 "이 청장이 변심한 계기가 무엇이든, 과학기술계와 중소벤처업계는 이 청장의 발언과 태도에 충격과 실망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허청장으로서 신뢰와 책무를 저버린 이 청장의 퇴진을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특허청 관계자는 "더 많은 전문가들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취지였으며, 변리사법 개정에 대한 특허청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다.변리사회는 또 현재 특허심판 구조를 감안할 때 변리사회가 특허청 관리·감독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감독 기관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 등 산업재산권 관련 분쟁은 과학기술 등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특허청 산하 특허심판원이 1심 법원 역할을 담당한다. 특허 심판은 무효 청구·권리범위 확인 등 당사자계와 (등록)거절결정 불복 등 결정계로 나뉜다. 결정계에선 변리사가 원고, 특허청장이 피고로 만난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