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헬스 '6대 강국' 도전한다…"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 개발"(종합)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의료기기 수출 2배 늘려 세계 5위 도약
국민 100만명 참여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무분별한 개인정보 유통 우려도
첨단 분야 규제 전면 재설계…한국형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 구축

정부가 환자 데이터를 활용한 '의료 마이데이터'를 구축하고 규제 개선과 연구개발 지원, 인력 양성을 통해 의료 산업 수출을 늘려 바이오헬스 분야 글로벌 6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앞으로 5년 이내에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를 개발하고 의료기기 수출액을 2배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범부처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 의료데이터 활용 산업 육성…비의료·의료 서비스에 활용
정부는 환자의 의료 정보를 공유하는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해 이를 기반으로 하는 의료서비스를 활성화시키고 연구 개발을 촉진할 계획이다. 분산된 개인 건강정보를 개인, 의료진 등에게 표준화된 형태로 제공하는 기반을 올해 안에 구축한다.

오는 6월부터는 현재 시범 운영 중인 건강정보고속도로(의료기록 데이터 중계 시스템)의 본사업을 시작한다.

정부는 아울러 국민 100만명이 참여하는 데이터로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해 이를 연구자에게 개방해 의료 혁신을 선도한다는 구상도 마련했다. 다만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과 관련해서는 개인의 건강정보가 보험업계나 돌봄 기관 등에 무분별하게 유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보 사용에는 개인으로부터 동의를 받는 절차가 있지만 고령층 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보호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정보에 대한 충분한 보안과 안전성을 전제로 의료 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며 "개인의 동의를 통하더라도 지정 혹은 허가 기관만 이를 안전하게 활용하도록 제도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암 질환의 임상 정보, 청구·검진 및 사망 정보를 연계·결합한 임상데이터 네트워크(K-CURE)를 2025년까지 구축하고, 공공기관이 보유한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결합해 연구자 등에 제공하는 플랫폼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 국가신약개발에 2조2천억 투입…블록버스터급 신약 나오도록 지원
정부는 2027년까지 연매출 1조원 이상인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가 개발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기존 발표대로 2030년까지 국가신약개발사업에 2조2천억원을 지원한다.

정부는 제약업체의 글로벌 진출 지원을 위해 1조원 규모의 메가펀드(K-바이오백신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정은영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한국도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가질 수 있는 국가로 성장하고 있다"며 "현재 5~6개가 유력한 품목인데, 이 중 5년 내에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의료기기 수출을 작년 86억달러(약 11조3천200원)에서 2027년 160억 달러(약 21조600억원)로 끌어올려 세계 5위 의료기기 수출국가로 도약할 계획도 밝혔다.

이를 위해 영상진단, 체외진단, 치과 등 주력 수출 분야의 기술 고도화를 지원하고 디지털헬스 등 유망 분야에 대해 전략적 투자를 추진한다.

해외 판로 확대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362조5천억원의 무역 금융을 활용한다.

무역보험료 할인(20%), 한도 우대(최대 2배) 등도 지원한다.

해외 환자의 국내 유치를 위해서는 우수 외국인 환자 유치 기관 지정을 작년 27개에서 올해 50개 이상으로 늘리고 비자 제한을 완화할 방침이다.

첨단·융복합 기술 연구 개발 강화를 위해 의료기기, 병원장비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기술 혁신을 위해 연구개발, 이상, 실증, 상용화, 규제 개선 등 전주기를 지원한다.

정부는 바이오헬스분야 기술사업화를 돕는 '한국형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를 만들 계획도 밝혔다.

정 국장은 "연구자들이 아이디어가 기술사업화가 돼 상품화할 때까지 총괄적으로 지원하는 형태의 바이오 클러스터를 추진할 것"이라며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는 K-바이오센트럴 사업을 예로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 11만 명 전문인력 양성…비대면진료 제도화
첨단제품의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제품의 특성에 맞도록 임상·허가·관리 등 각 단계의 규제체계를 전면 재설계한다.

2026년까지 466억5천만원을 들여 치매, 희귀·난치·만성질환 극복을 위한 제품 개발과 실증·임상 등을 지원한다.

의료 AI 개발을 위해 진단·분류·예후 예측 등 분야별로 전문의료진의 의사결정을 돕는 시스템(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을 지원하고, 차세대 항체의약품의 신속한 개발을 위해 단백질 구조 예측과 항체 설계가 가능한 '한국형 로제타폴드(가칭)' 개발을 추진한다.

전자약, 수술로봇, 체외진단, 영상진단, 치의학 등 데이터 AI 기반 신기술 개발 지원에도 주력한다.

미국의 보건고등연구계획국(ARPA-H)을 본떠 암, 감염병 등 사회적 가치가 큰 난제에 대한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아울러 바이오헬스 분야 11만명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창업지원을 강화한다.

바이오헬스 마이스터대를 도입하고 바이오헬스 계약학과를 5개에서 8개로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를 통해 바이오헬스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국내에서는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고 해외환자 유치를 위한 외국인 환자 비대면 진료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복지부는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면서 비대면 진료는 재진환자와 의료취약지 환자를 중심으로 보조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대면진료라는 원칙에 부합하도록 비대면 진료 전담 의료기관은 금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 개선, 관련 기업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디지털 헬스케어법 제정을 추진하고, 혁신적 의료기기의 신속한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제도와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의 대상 확대를 검토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신의료기술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야 하는데, 임상 근거 마련이 어려워 건보로부터의 지원이 힘들었다"
며 "건강보험에 혁신계정을 만들어 최첨단 기술의 신속한 사용과 임상 근거 창출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 치료기기는 개인의 활용도에 따라 효과성·경제성에 차이가 나므로 기존의 건강보험수가체계로는 지원이 곤란하다"며 "건강보험 등재절차, 보험수가 결정, 사용현황 관리 등을 포함한 건강보험 적용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수립해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