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열풍에 돌아온 '헤드'…스포츠웨어 재정비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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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FnC, 3년 만에 재출시국내 스포츠웨어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에 발맞춰 기존 브랜드를 재정비해 새로 선보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전통 브랜드를 재부각시키는 게 비용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신규 브랜드를 내놓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에서다. 주요 패션기업은 스포츠웨어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취향에 맞춰 브랜드 전략도 다시 짜고 있다.
젊은 테니스족 취향에 맞춰 변신
LF 라푸마, 온라인전용브랜드로
롯데GFR, 카파 독점사업권 확보
블랙핑크 무대의상팀 영입하기도
전통의 재해석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스포츠 브랜드 헤드(사진)를 3년 만에 재출시한다고 28일 발표했다. 헤드는 오스트리아 테니스 라켓 개발자 하워드 헤드가 1950년 만든 브랜드다. 테니스 라켓 시장에서 윌슨, 바볼랏과 함께 3대 브랜드로 꼽힌다.코오롱FnC는 2009년 헤드의 국내 판권을 확보해 2019년까지 판매했다. 다소 오래된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코로나19 기간인 2020~2022년 판매를 중단했다가 국내 테니스 인구가 급증하는 추세에 맞춰 새롭게 선보이기로 했다.
휠라도 브랜드 정체성을 테니스웨어에 맞추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5개년 중장기 전략 ‘위닝 투게더’를 발표하면서 테니스를 핵심 육성 테마로 정했다.이 전략의 일환으로 국내외 테니스 선수 후원은 물론 테니스 의류 및 신발을 매 시즌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2021년 5390억원 수준이던 국내 매출을 2026년 8000억원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30 집중 공략
유통 경로와 디자인을 싹 바꿔 재출시하는 사례도 있다. LF는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를 온라인 유통 기반 브랜드로 변신시켜 2021년 재출시했다.이 과정에서 주 타깃을 25~35세로 잡아 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채널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대신 LF몰, 무신사,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등을 통해 선보이는 방식이다.롯데GFR은 지난해 2월 카파의 국내 독점사업권을 확보하면서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디자인 역량을 한층 강화했다. 블랙핑크 무대의상 디자인에 참여한 브랜드 본봄의 디자인팀이 카파에 합류했다. 2018년 포브스가 지목한 한국 유망 디자이너 중 한 명인 지호영 디자이너도 영입했다. 카파는 2025년 매출 1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브랜드 적극 활용”
스포츠웨어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트렌드를 반영한 브랜드 재출시·리브랜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스포츠웨어 시장 규모는 2020년 5조9801억원, 2021년 6조4537억원, 2022년 7조1305억원으로 확대됐다.여기엔 스포츠웨어를 일상복처럼 착용하는 최근 추세도 영향을 미쳤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브랜드 충성도는 오랜 시간 축적한 산물인 만큼 전통 브랜드들이 신규 브랜드에 비해 분명한 강점이 있다”며 “패션업계는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좇아야 할 필요도 있는 만큼 인기가 입증된 기존 브랜드를 재출시하는 사례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