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미발표작이라더니…위조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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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18세기 말 영국 런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죽은 지 약 200년이 지난 1796년, 런던의 한 극장에서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 ‘보르티게른’이 공개된다. 윌리엄 헨리 아일랜드와 그의 부친 윌리엄 사무엘 아일랜드는 해당 작품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라고 주장했지만, 턱없이 낮은 완성도 때문에 관객들의 비난과 야유가 빗발쳤다. 결국 위조 증거가 속속 드러나며 두 부자는 세상의 외면을 받게 된다.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
이달 8일 대학로서 개막
1796년 英 실제 위조사건 바탕
세기의 사기극 된 작은 거짓말
부와 진실 사이 인간 갈등 그려
런던을 뒤흔든 ‘희대의 사기극’이 춤과 노래, 상상력이 곁들여진 뮤지컬로 재현된다. 28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이 3월 8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개막한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 창작뮤지컬 분야에 선정된 작품이다.셰익스피어 유물 관련 사기극을 모티브로 만든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작가적 상상력을 덧붙여 사건의 이면을 파헤친다.
시작은 윌리엄 헨리 아일랜드의 사소한 거짓말이 과연 어떻게 세기의 사기극으로 발전했는지에서 출발했다. 이어 셰익스피어 유물에 열광하던 전문가들이 어떻게 허술한 위조에 속아 넘어갔는지, 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인 건지, 부친은 아들을 실제로 믿은 건지, 믿고 싶었던 건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이어진다. 작품 속 두 부자가 서는 재판정 장면도 이 같은 상상의 결과 중 하나다.
1796년의 사기극은 2023년 현재에도 진한 메시지를 전한다. 사랑과 인정, 부와 명예를 갈망하며 매 순간 진실과 거짓 사이 경계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거짓도 진실이 되는 18세기 영국 사회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가 진실을 대하는 방식에도 의문을 제기한다.창작진은 국내 뮤지컬계에 떠오르는 신예들이다. 뮤지컬 ‘디어 마이 라이카’ ‘그 여름, 동물원’ 등을 쓴 작가 김연미가 대본과 가사를 썼다. 뮤지컬 ‘아티스’ ‘명랑경성’ 등에서 세련된 음악으로 섬세한 심리를 담아낸 작곡가 남궁유진이 음악을, 영극 ‘프론티어 트릴로지’ 등에서 서사가 돋보이는 연출력을 선보인 김은영이 연출을 맡았다. 작품엔 피아노 3중주도 함께한다.
아들이 건넨 셰익스피어 유물 덕에 난생 처음 맛본 명성에 취한 아버지 윌리엄 사무엘 아일랜드 역에는 배우 김수용·원종환·이경수가 캐스팅됐다. 아들 윌리엄 헨리 아일랜드는 임규형·황순종·김지웅이, 미지의 신사 H는 주민진·김지철·황휘 등이 연기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