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손자' 타이베이 시장, '장제스 정권 학살' 2·28 사과

장제스 전 총통의 증손인 장완안 타이베이 시장이 76년 전 발생한 2·28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고 연합보와 자유시보가 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장완안 타이베이 시장은 전날 타이베이 2·28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추모행사에서 "타이베이시장으로서 76년 전에 발생한 타이베이시 다다오청 톈마 찻집 부근의 담배 단속 사건으로 인해 대만 전역에서 발생한 2·28 사건의 역사적 아픔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 임기 내에 타이베이시 228 사건의 역사적 자료를 발굴, 관련 유족이 필요로 하는 사항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시장은 장제스 후손의 신분으로 사과한 것이냐는 일부 언론의 질문에 대해 "시장으로서 76년 전 발생한 사건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밝힌다"고 재차 전했다.

장 시장은 추모 행사 중에 발생한 시민들의 항의에 대해 "진심. 겸손, 숙연의 마음으로 참가했다"면서 "대만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덩후이 전 총통이 국가 원수의 신분으로 2·28 사건에 대해 정부의 잘못이라고 사과했다면서 '원한과 원망이 아닌 오직 사랑과 관용만이 비통함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또 마잉주 전 총통이 타이베이 시장 시절부터 총통 임기까지 2·28 사건에 대해 30차례에 걸쳐 사과했다면서 "역사의 잘못은 용서할 수 있으나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 시장은 그러면서 모든 역사적 사건은 어떤 단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면서 부단히 반성하고 끊임없이 진상을 파헤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2·28 사건은 1947년 당시 장제스 국민당 정권의 담배 암거래상 단속을 계기로 항의 시위가 거세지자 군이 동원돼 원주민을 무차별하게 탄압·학살한 사건이다.

수주일간 진행된 유혈진압으로 추후 정부 발표로만 민간인 희생자가 2만여 명에 달했으며, 이후 국민당의 40년 철권통치가 이어졌다.

장완안 시장은 야당인 국민당 소속으로 장제스 전 총통의 증손이자 장징궈 전 총통의 손자다. 장징궈 전 총통이 항일전쟁 시기 간호 비서와의 혼외 관계에서 낳은 장샤오옌 전 행정원 부원장(부총리)의 아들이다.
앞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도 전날 남부 타이난시 228 기념공원에서 개최된 228사건 76주년 행사에 참석해 영화 비정성시(悲情城市)의 '존엄하게 살아야 한다'는 장면을 인용해 "대만이 존엄하게 자유와 번영의 추구와 세계와의 교류 및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총통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28 사건은 책 속의 역사만이 아닌 아직도 살아 숨 쉬는 사건으로 우리가 이 교훈을 기억한다면 끊임없이 우리 대만인에게 정의와 용기를 불어넣어 새로운 시대의 도전에 맞설 수 있도록 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정성시는 51년간의 일본 통치에서 해방된 1945년부터 1949년까지의 대만을 배경으로 대만 현대사의 비극인 228 사건으로 인한 린씨 가족의 비극을 다뤘다. 이 작품은 허우샤오셴 감독에게 베니스 영화제의 황금사자상을 안겨주며 그를 세계적 거장으로 인정받게 한 영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