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中企 '19兆 콘택트렌즈 시장' 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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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장벽 높은 콘택트렌즈 산업글로벌 기업이 장악한 콘택트렌즈 시장에서 토종 중소기업들이 반격에 나섰다. 전초기지 격인 아시아 시장에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인정받고 유럽 등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일부 업체는 자체 브랜드를 내걸고 해외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인터로조·스타비젼 등 수출 늘려
K팝 등 한류 열풍이 인지도 높여
1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콘택트렌즈 수출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2억3265만달러(약 3067억원)로 집계됐다. 콘택트렌즈 수출은 2019년 처음으로 2억달러를 돌파했다. 이듬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주춤했지만, 2021년(2억2941만달러)에 이어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 치웠다.콘택트렌즈는 원료 배합 기술과 정밀 금형을 확보하기 어려운 탓에 진입 장벽이 높은 산업으로 꼽힌다. 생산 규모 증가에 따른 비용 감소 효과도 커 제조사의 영업이익률이 10~20%를 웃돌 정도로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세계 시장 규모는 약 13조원으로 아큐브 브랜드를 보유한 존슨앤드존슨과 바슈롬 등 4개 글로벌 대형기업이 전체 시장의 3분의 2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토종 콘택트렌즈 업체들도 세계 무대에 속속 이름을 알리고 있다. 코스닥시장 상장 콘택트렌즈 제조기업 인터로조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6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주력 제품은 ‘원데이 컬러렌즈’ ‘실리콘 하이드로겔 원데이 컬러렌즈’ 등이다. 해외 시장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제품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량이 늘고 있다.인터로조는 지난해 유럽·일본 수출 확대와 국내 자체 브랜드인 클라렌의 판매량 증가에 힘입어 사상 최대인 1263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2021년 말 준공한 스마트팩토리(3공장)로 생산 능력을 두 배 이상 키워놓은 덕에 증가하는 시장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최근엔 독일, 이탈리아 등으로 거래처를 확장했다.
컬러렌즈 브랜드 ‘오렌즈’를 보유한 스타비젼은 국내 업계에선 처음으로 자체 브랜드를 내걸고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대만과 홍콩에 오렌즈 매장 30여 개를 연 데 이어 지난해 말 일본 시장에 진출해 일본 최대 할인점인 돈키호테 점포 200곳에 오렌즈 브랜드를 입점했다. 올해도 돈키호테 점포를 300개까지 늘리는 등 일본 컬러렌즈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K팝, K뷰티 등 한류 열풍도 콘택트렌즈 업체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시력 교정용 제품뿐만 아니라 미용 목적의 컬러 렌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자연스레 문화적 인지도가 높은 한국 제품을 찾는 글로벌 소비자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콘택트렌즈 주요 수출국은 한류 진출의 역사가 비교적 긴 일본(23.8%), 중국(21.7%), 태국(6.3%) 등의 순으로 비중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콘택트렌즈 시장은 연평균 5% 성장해 2029년 약 19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