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다이렉트 상품도 팔게 해달라"

빅테크 보험 비교 서비스에 대응

보험 비교 플랫폼 불가피해지자
금융당국에 차선책 건의
고객 혼란·도덕적 해이 지적도
금융당국이 네이버 카카오 등 핀테크 플랫폼을 통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추진 중인 가운데 보험설계사들이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이렉트(CM) 상품까지 중개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어차피 빅테크의 진입이 불가피하다면 수입을 일부라도 보전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보험대리점협회는 설계사들이 고객에게 CM 가입을 주선하면 보험사에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금융당국에 건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상품 판매 채널로는 설계사 대면 판매, 텔레마케팅(TM), 다이렉트(CM) 등 세 가지가 있다. 고객이 모바일 앱이나 웹에서 다이렉트로 가입할 수 있는 CM에 비해 중간에 모집인이 개입하는 대면 상품은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비싸다. 가장 보편적인 자동차보험을 기준으로 다이렉트 보험료가 100%면 TM과 대면 채널의 가격은 각각 110%, 115% 수준이다.

CM을 통해 개인용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비중은 2017년 24.4%에서 2021년 40.7%로 급증해 대면 채널(39.9%)을 넘어섰다. 종신보험처럼 특약 및 구조가 복잡한 상품은 여전히 대면 판매 비중이 높다.

이번 협회 건의안에 따르면 설계사는 고객에게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되 대면 채널보다 보험료가 싼 CM 가입을 권유하고 이에 합당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각종 개인정보 입력 등 가입 절차는 현행처럼 고객이 직접 해야 한다. 마치 은행 대출 등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권유한 직원의 이름을 기입하는 것과 비슷하다.수수료 수준은 손해보험업계가 금융당국에 낸 플랫폼 요율과 동일한 2~3%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손보업계는 빅테크 보험 비교 추천 서비스를 도입하되 CM의 102~103% 수준인 플랫폼 요율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출한 바 있다.

설계사들은 연간 평균 보험료 70만원대인 자동차보험 자체로 큰돈이 되진 않지만 매년 갱신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고객과 접점을 유지하고 다른 상품을 추가 판매하는 ‘미끼 상품’으로 유용하다는 입장이다. 빅테크들이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면 자신들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설계사들의 우려다.

그동안 생존권을 이유로 자동차보험 비교 추천 서비스 자체를 반대해 왔으나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아래 전략을 수정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보험사 입장에서 전속 설계사들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수용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고객 혼란과 도덕적 해이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영업 현장에서 고객이 다이렉트 채널로 CM 상품에 가입했을 때 설계사 권유를 받은 것인지, 단순히 이름만 기재한 것인지 가려내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비자 편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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