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에너지, 효율과 절약이 답이다

전국 2300만 가정, 한마음으로
에너지 위기 극복 나서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긴 겨울이 지나고 3월과 함께 봄이 성큼 다가왔다. 1년 이상 지속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온 세계적인 에너지 가격 폭등과 유난히 추운 날씨로 에너지의 93%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올겨울 난방비 부담과 함께 무역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의 전기·가스요금이 2배 이상 상승하는 등 해외 상황도 심각하다. 에너지 위기는 가계와 기업의 에너지 비용 부담 증가에 그치지 않고 물가·무역수지·환율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 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구조’로 탈바꿈하는 것이야말로 무역수지 개선, 환율 안정,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건전성 강화, 나아가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꼭 필요한 선결과제다.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사용 자체를 줄이는 ‘절약’과 사용시간 대비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효율 개선’이다. 절약은 가장 빠르고 직접적인 방법이고, 효율 개선은 지속 가능한 방법이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작년 세계 에너지 효율 관련 투자는 2021년보다 16%나 증가했다고 한다. 과거 1970년대 석유 파동을 계기로 자동차·가전제품·건물의 효율이 크게 높아졌듯, 이번 에너지 위기도 중·장기적인 효율 개선의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다.에너지 저소비·고효율 구조로의 전환은 산업·공공 부문의 참여도 중요하지만 전국 2300만 가구 각 가정의 동참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번 겨울을 계기로 많은 가정이 냉·난방 효율에 관심을 가지게 된 만큼, 정부도 발맞춰 많은 가정이 적은 비용으로 더 시원하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그린홈 이니셔티브’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저소득층과 사회복지시설 등 취약계층의 에너지 효율개선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전문가가 낡은 아파트 단지와 고시원 등을 포함한 주거·생활시설에 대해 맞춤형 효율 진단과 그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건물에너지 진단사업도 시행할 계획이다.

최근 에너지 효율개선 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한 재활시설을 방문해 현장을 살펴봤다. 이 시설은 보일러를 고효율 보일러로 바꾸고 단열재 시공과 창호 교체를 통해 가스 사용량을 약 30% 절감해 더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었다고 한다. 정부는 설비 교체뿐만 아니라 적은 비용으로 큰 효율개선 효과를 볼 수 있는 난방 배관 세관, 보일러 연통 청소 등을 통해 많은 가구를 폭넓게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

그린홈 이니셔티브의 성공적인 추진과 저소비·고효율 구조로의 근본적인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도 정비할 계획이다. 일상에서 고효율 가전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효율등급 표시 등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가구별 전기·가스·난방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도 착수했다. 중소·중견기업의 근본적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진단과 설비교체 때 융자 및 세제 지원 등도 올해부터 대폭 강화한다. 또 산업·건물·수송 등 경제 전반을 망라한 효율개선을 촉진하기 위해 ‘에너지 이용 합리화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할 계획이다.

곧 돌아오는 여름과 겨울, 위기에 앞서 우리 모두가 함께 ‘가정과 기업의 효율 높이기’부터 차근차근 노력한다면 에너지 위기도 큰 어려움 없이 돌파할 수 있는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경제구조’로의 전환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문제, 효율과 절약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