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긴 욱일기, 휘날린 일장기…3·1절 日대사관앞 엇갈린 풍경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서울 종로구 수송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선 3·1절을 맞은 1일 주장과 성격이 판이한 단체의 집회가 잇따라 열려 한국 사회의 간극이 그대로 재현됐다.

진보 성향 단체가 일본의 군국주의와 침략적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찢으며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한 반면, 보수 성향 단체는 일장기를 흔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를 규탄했다. 61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이날 오후 4시께 옛 일본 대사관 앞에서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안을 규탄했다.

집회 참가자 500여명은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함성을 질렀다.

일부 참가자는 머리 위로 '한일 군사 협정 반대' 문구와 욱일기 문양이 있는 대형 현수막을 들어 올린 뒤 욱일기를 힘을 모아 찢기 시작했다. '강제동원 사죄 배상'이 적힌 현수막도 함께 찢겼다.

찢어진 조각은 바닥 아래로 떨어져 집회 참가자들의 발에 밟히기도 했다.

욱일기 부분이 제대로 찢기지 않자 부모와 함께 온 학생 등이 달라붙어 양쪽에서 다시 한번 힘껏 잡아당겼고, 욱일기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갈기갈기 조각났다. 이에 앞서 낮 12시께엔 같은 장소에서 반일동상진실규명공대위,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등 보수성향 단체 소속 10여명이 모여 '위안부는 거짓'이라며 반(反) 수요시위 집회에 나섰다.

3·1절인 이날이 수요일이기도 해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소녀상 부근에서 제1천585차 수요시위가 열리던 중이었다.

이들은 약 1시간 동안 각자 손에 든 휴대용 태극기, 일장기, 성조기를 연신 흔들며 확성기로 '정의연 해체', '윤미향 구속' 등의 구호를 번갈아 외쳤다. 꽤 큰 크기의 일장기를 들고 참석한 회원도 있었다.

이들 보수 단체는 이날 수요시위에 참석한 이용수 할머니를 두고 "이씨가 위안부 생활을 했다는 대만 신주(新竹)에는 아예 일본군 위안소가 설치되지도 않았었다"며 "이씨는 가짜 위안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수요시위와 반대 집회 음향이 뒤엉키며 일대가 소란해지자 종로경찰서는 한 차례 경고 방송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3·1절인데도 대형 일장기를 흔들면서 "문제가 되면 고소하라"며 수요시위 참석자들을 자극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이 양측 집회 모두 마무리됐다. 이날 세종시 한솔동의 한 아파트 베란다 국기게양대에는 태극기 대신 일장기가 걸려 시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