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뜨는 직업 'AI 조련사' 연봉이 4억?[2023 달라진 직업 판도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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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의대 열풍? 외국에서 여전히 IT 전문가 연봉·수요 높아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2월 25일 작성한 기사 제목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인공지능(AI) 조련사’다.미국에서 요즘 유행하는 직업 중 하나인 ‘프롬프트(명령어) 엔지니어’를 소개하는 기사였다. 챗GPT의 열풍이 불자 미국에서는 AI에 어떤 명령어를 넣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최적의 결과를 뽑아내는 직업이 생겨났다.
챗GPT처럼 문장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아내거나 명령어를 통해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생성 AI 플랫폼은 입력하는 단어를 분석해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
‘호랑이가 들어간 화려한 그림 그려 줘’라고 명령하면 그림을 그려 주고 ‘한국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한 기사를 써 줘’라고 입력하면 기사를 써 준다.챗GPT가 기반하고 있는 언어 모델은 ‘GPT-3.5’다. GPT-3는 명령어, 즉 프롬프트에 기초해 사람과 유사한 응답을 생성하는 자동 회귀 언어 모델이다. 쉽게 말하면 다양한 단어가 주어지면 이를 연결해 어떤 문장을 만들어야 하는지 데이터에 기반해 ‘확률적으로’ 가장 적합한 문장을 내놓는다. AI 플랫폼에 어떤 명령어를 넣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값과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천차만별이라는 말이다.
이를 두고 테슬라의 전 AI 책임자인 안드레이 카파시는 지난 2월 트위터에 ‘가장 인기 있는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는 영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코드를 짜고 프로그래밍을 하는 개발자와 다르다. 이들의 역할은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사람들이 AI에 입력하는 명령어를 만들고 개선하는 것이다. 문장을 이용해 프로그래밍하기 때문에 코딩 능력도 필요없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공식으로 채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구글이 5000억원을 투자한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은 최근 연봉 3억~4억원 수준의 프롬프트 엔지니어·데이터 라이브러리 관리자 채용 공고를 냈다.
프롬프트 기술이 돈이 되는 사례는 또 있다. 돈을 주고 명령어를 거래하는 온라인 사이트도 생겼다. 프롬프트베이스(PromptBase)에서는 생성 AI에 입력할 프롬프트를 1.99~5달러에 팔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역시 ‘AI로부터 일자리를 구하는 길은 프롬 엔지니어가 되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하지만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곧 사라질 유행이라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분석도 있었다. 생성형 AI 기술이 더 발전하고 명령어가 쌓이고 나면 곧 사라질 수 있는 직업이라는 내용이었다.
한국에서도 인터넷 검색 초창기인 1990년대 중반 프롬프트 엔지니어와 같은 직업이 존재했다. ‘정보검색사’다. 당시 정보검색사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하는 ‘정보 사냥꾼’으로 불리며 자격증 열풍이 불었다. 기업들은 정보검색사들을 단골 강연자로 초청했고 천리안·하이텔 등 PC 통신을 통해 의뢰 받는 정보검색사들이 있었다. 하지만 유망 직업으로 불리던 정보검색사는 기술의 발전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라진 직업이 됐다.
변화의 물결은 더 빨라졌다. AI 기술이 고도화되고 다양한 산업에 접목하며 상용화될 때마다 인간의 능력과 역할에 대한 회의감과 AI에 대한 두려움이 함께 고개를 든다. 최근엔 ‘미드저니’, ‘달리’ 등 그림 그리는 AI와 챗GPT가 잇달아 등장해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앗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커졌다. AI가 기사도 쓰고 코드도 짜고 그림도 그리는 시대에 여전히 유망한 직업은 무엇일까. 인간이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경쟁력은 무엇일까.
세계경제포럼이 뽑은 유망 직업
AI 서비스의 원재료는 초거대 데이터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런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데이터 분석가, AI를 개발하는 머신러닝 전문가가 향후 10년 뒤에도 여전히 유망한 직업으로 꼽힌 이유다.
또 디지털 마케팅·전략 전문가(4위), 공정 자동화 전문가 (5위), 디지털 전환 전문가(7위), 정보 보안 분석가(8위), 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 개발자(9위), 사물인터넷 (IoT) 전문가(10위) 등 6위에 오른 비즈니스 개발 전문가를 제외하면 상위 9개가 모두 IT 분야 관련 직종이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