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내이사 13% 불과…女임원 선임 의무화에도 대기업 16곳은 '0명'

CEO스코어, 500대 기업 상장사 이사회 여성 임원 비중 조사
상장 대기업 56%만 여성 선임…女임원 비중 10% 그쳐

정부가 자산규모 2조원 넘는 대기업에 대해 이사회에 여성 임원을 반드시 임명하도록 하는 등 여성 임원 임명을 장려하고 있지만 여전히 16곳은 여성 임원이 '0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500대 기업 상장사의 이사회 여성 임원 비중은 10.0%에 그쳤으며, 그나마도 여성 이사 대부분은 사외이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500대 기업 중 상장사 269곳의 이사회 구성원 중 여성 임원 비중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 말 기준으로 이사회에 여성 임원을 선임한 기업은 151개(56.1%)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말 조사 당시 258곳 중 42곳(16.3%)만 여성 임원을 선임했던 것과 비교하면 109곳 늘어난 수치다. 여성 임원을 선임한 기업은 2020년 말 260곳 중 63곳(24.2%), 2021년 말 267곳 중 102곳(38.2%)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 2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은 최근 사업년도말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이사회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으로 구성하지 못하도록 해 여성 임원을 반드시 임명하도록 했다.

자산 규모 2조원이 넘는 기업 수는 143곳이다. 이에 따라 2019년 말에는 500대 기업 이사회 임원 1천710명 중 여성이 51명(3.0%)에 불과했지만 2020년 말에는 1천739명 중 78명(4.5%), 2021년 말에는 1천795명 중 124명(6.9%)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지난달 기준으로 1천811명 중 181명(10.0%)으로 2019년 말 대비 7%포인트 늘었지만,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실제로 자산총액이 2조원을 넘긴 기업 중에 지난달 기준으로 이사회에 아직 여성 임원을 선임하지 않은 기업은 HMM과 두산에너빌리티, 아시아나항공, 케이씨씨, HDC현대산업개발, 한국항공우주, 메리츠증권, 두산밥캣 등 16곳이나 됐다. 반면 자본시장법 개정 이전부터 이사회에 여성 임원을 선임한 기업은 삼성전자, 한국전력공사, SK하이닉스, 한국가스공사 등 40곳이었다.

이중 이사회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은 곳은 10명 중 5명을 선임한 한국가스공사였다.

서희건설이 11명 중 4명의 여성 임원을 선임했고 크래프톤은 5명 중 3명이 여성 임원이었다.

여성 임원을 2명 선임한 곳은 기아와 삼성전자 등 21곳으로 집계됐고, 현대차 등 127곳은 1명을 선임했다.

현대차와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은 이달 예정된 정기주총에 여성 사외이사를 추가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다만 여성 임원 대부분은 사외이사였다.

지난달 말 현재 조사 대상 기업 중 남성 이사는 사내이사(기타비상임이사 포함)가 817명(50.1%), 사외이사가 813명(49.9%)으로 비슷했다.

반면 여성의 경우 사외이사는 158명(87.3%)인 반면 사내이사는 23명(12.7%)에 그쳤다.

여성 사내이사 23명도 절반 이상인 15명(65.2%)은 오너 일가였고, 전문 경영인은 8명(34.8%)에 불과했다. CEO스코어는 "여성 임원 선임에 적극적인 곳도 있지만 여전히 '유리천장'이 견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