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망 사용료' 한발 물러선 EU…맞장구친 넷플릭스

"망 사용료 격론장 될 것" 예상 빗나가…EU, 공식 의견 수렴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에서 망 사용료 부과 문제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민감한 쟁점으로까지는 떠오르지 않고 있다. 빅테크에 망 이용 대가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유럽연합(EU) 측이 강경하거나 급진적인 태도 대신 조심스러운 접근법을 택했기 때문이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무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올해 MWC 개막 직전 자신의 트위터에 "통신회사 인프라에는 조 단위 비용이 든다.

누가 이를 지불해야 하는가"라는 문구와 함께 대표적인 대형 콘텐츠 사업자인 넷플릭스 화면을 캡처한 이미지를 올렸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진행 중인 통신 인프라 의견 수렴 링크를 첨부했다. 하지만 막상 장이 열리자 EU 집행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브르통 위원은 올해 MWC 첫 기조연설에서 통신 사업자와 콘텐츠 제공 사업자 간 양자택일에 신중해야 한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그는 "통신 인프라에 드는 막대한 투자를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한 자금 조달 모델을 찾아야 할 것"이라면서도 "네트워크 제공자와 트래픽 공급자 사이에 이분법적인 선택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EU 산업 수장이 '거대 통신사를 빅테크보다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썼다.
대표적인 대형 콘텐츠 사업자인 넷플릭스는 이런 호기를 놓치지 않고, 전시회 기간을 활용해 빅테크에 망 이용 대가를 부과해선 안 된다는 논리를 확산시켰다.

1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그레그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MWC 개막 둘째 날 기조연설에서 "브르통 위원의 발언처럼 망 관련 논의는 거대 통신사와 엔터테인먼트 기업 사이에서 양자택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매출의 절반에 달하는 600억 달러(약 79조 원) 이상을 콘텐츠에 투자했고, 이는 더 많은 사람이 더 좋은 인터넷 서비스를 원하게 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망 사용료라는) 이중 과금 움직임은 콘텐츠에 대한 투자 감소, 창작 저하로 이어져 고가의 통신사 요금제가 가진 매력을 반감시킴과 동시에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망 이용대가 법제화에 대한 국회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 등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MWC를 찾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닌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MWC에서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와 한-유럽 통신협회 MOU를 맺었다. 연합회는 "망 이용에 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비용 분담을 놓고 유럽통신사업자협회와 긴밀한 협력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