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韓 R&D 효율성 제고 급하다…현금지원 위주 방식 바꿔야"

정만기 무역협회 부회장 바르셀로나 현지 부스 돌며 혁신기술 기업 격려
"한국에도 있는 아연으로 非발화성 이차전지 개발, 경쟁력 있어"
바르셀로나 악티바 홍보위원장과 스타트업 육성 협업 논의
"유럽에선 스타트업 옭아매는 규제가 거의 없어요. "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는 글로벌 스타트업의 혁신기술 경연장이기도 하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MWC 2023' 전시장을 참관한 직후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유망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스타트업 M&A(인수·합병) 투자나 사내 투자팀 신설을 통해 관련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면서 "한국도 스타트업이 번성하려면 규제가 있으면 안 된다"고 제언했다.

협회가 지난해 말 한국 스타트업 256개사를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규제를 견디지 못해 해외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률(25.4%)이 기업 4곳 가운데 한 곳꼴이었다. 국내 스타트업이 체감하는 규제 장벽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정 부회장은 "MWC 삼성전자 부스에서 갤럭시 시리즈를 쭉 보여줬는데, 베이스 모델이나 칩은 내가 정부에 몸담았을 당시의 정책 과제였다"면서 "현재도 국내 기업의 기술 개발은 정부 정책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조정실장, 산업기반실장, 제1차관 등을 역임했다. 작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2020년 기준 4.8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위로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R&D 투자의 효율성은 썩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정 부회장은 정부의 R&D 지원 방식이 현금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어 과제 선정 기간이 길어지고, 평가 방식도 전문성보다는 공정성에 무게중심이 실리는 바람에 평가 주체가 비전문가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원 방식을 현금 지원이 아닌 세제 지원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근본적인 처방"이라며 대기업에는 세제 지원, 중소·중소기업에는 현금 지원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 부회장은 협회가 이번 MWC에서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은 13곳을 선발해 참가 비용을 지원한 기업들이 차려놓은 부스를 일일이 돌며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정 부회장은 물을 전해질로 사용해 비(非)발화성 이차전지를 개발한 '코스모스랩'에 큰 흥미를 보였다.

그는 "코스모스랩 물 기반의 전해액은 불도 나지 않으면서 에너지 밀도도 높다.

또 원자재가 목재 폐기물과 우리나라에서도 생산되는 아연(Zinc)이라 기존 배터리 원료로 사용되는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이 필요하지 않다.

원료 확보측면에서도 폭발적인 경쟁력이 있다.

"고 말했다.

코스모스랩은 현재 15억원의 벤처캐피털(VC) 투자를 받아 양산을 계획 중이며 논문 등을 통해 관련 기술을 학계에 보고한 상황이다.

정 부회장은 전시회 참관 후 '바르셀로나 악티바'의 파우 솔라니아 대외홍보위원장을 만나 한·스페인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협업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바르셀로나 악티바는 시청 산하 기관으로 창업·스타트업 지원과 일자리 창출, 해외 투자 유치 등을 목표로 1987년 설립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