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딜 5밴에도 꺼낼 게 남은 ‘T1 구마유시의 주머니’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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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지난 1일에 진행된 2023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시즌 T1과 광동 프릭스의 경기에서 T1이 2 대 0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8연승을 기록했다.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지은 T1은 12승 고지를 찍으며 2위 팀들과 더욱 격차를 벌렸다.양 팀의 1, 2세트 밴픽 양상은 극명하게 갈렸다. 1세트에서는 원거리 딜러 챔피언이 총 5개나 금지됐으나 2세트에서는 2개만 잘렸다. 심지어 2세트에서는 원딜 챔피언이 양 팀 합쳐 5개나 선택되는 그림이 나오기도 했다.
1세트에 특히 주목받은 점은 T1 원거리 딜러 구마유시(이민형)의 넓은 챔피언 폭이었다. T1은 1세트 첫 번째 밴픽 단계에서 광동이 케이틀린과 바루스를 금지하고 본인들이 루시안과 애쉬를 밴해 총 4개의 원딜 챔피언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드 그라가스를 뽑았다. 상대가 원딜 챔피언을 더 금지하며 견제할 수 있음에도 과감한 선택을 한 것이다.
실제로 광동은 이후 두 번째 밴픽 단계에서 드레이븐을 추가로 잘랐다. 원딜 챔피언만 5개가 밴이 된 데다가 광동이 이미 제리를 선택한 것까지 감안하면 총 6개의 원딜 챔피언이 금지된 상황이었다. 선택지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구마유시가 택한 것은 이번 시즌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아펠리오스였다. 이후 케리아(류민석)와 함께 라인전부터 몰아붙이며 선택의 이유를 증명했고 결국 승리했다.이 같은 T1의 자신감은 구마유시의 챔피언 숙련도에 대한 믿음에 기반한다. 그리고 이는 데이터로도 뒷받침된다. 이번 시즌 구마유시는 총 11개의 챔피언을 사용했다. LCK 원거리 딜러 선수 중 가장 다양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구마유시를 제외하고 이번 시즌 출전 경기 수가 5번 이상인 LCK 원거리 딜러 9명의 평균 챔피언 수가 약 7.8개임을 고려하면 평균을 훨씬 웃도는 챔피언 폭을 선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3월 2일 기준 원거리 딜러 챔피언 사용 개수는 데프트(김혁규) 9개, 엔비(이명준) 9개, 바이탈(하인성) 9개, 덕담(서대길) 8개, 페이즈(김수환) 8개, 에이밍(김하람) 7개, 헤나(박증환) 7개, 태윤(김태윤) 7개, 바이퍼(박도현) 6개다. 출전 경기 수가 5회 미만인 DRX 플레타(손민우)는 루시안 밖에 사용하지 않아 제외했다.)
이에 더해 T1은 케리아 역시 칼리스타, 바루스, 케이틀린, 진, 애쉬, 트위치 등 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꺼내들 수 있다. 상대하는 팀 입장에선 구마유시를 견제하기도 벅찬데 챔피언 풀을 공유하는 케리아로 인해 더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한편 8연승 질주 중인 T1은 오늘(3일) 프레딧 브리온과 맞대결을 펼친다. T1이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연승 질주를 이어갈지, 브리온이 플레이오프 진출 막차를 위한 간절함으로 기적을 만들어 낼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