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현대·기아차, LVMH·불가리처럼…SM과 '윈 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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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SM 현 경영진, 의결권 확보 '총력'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비전과 전략, 분배 정책 등을 발표하며 이달 말 개최되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위임해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했다.
하이브는 2일 주주제안 캠페인 페이지 'SM with HYBE'를 오픈하고 사내이사 후보자인 정진수 하이브 CLO(최고법률책임자),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의 주주제안 설명 영상을 게재하며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했다.하이브는 SM 현 경영진이 승인한 △카카오와의 부당한 사업 협력 계약 △단기에 급성장해야 달성할 수 있는 비현실적인 'SM 3.0' 재무 목표 △여론을 호도하는 감정적인 메시지 전략 등을 지적하며, 이번 주주제안 캠페인은 "전문성과 투명성을 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고 밝혔다.
현재 하이브는 SM 이사 후보 7명의 명단을 제시하면서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 정진수 하이브 CLO, 이진화 하이브 경영기획실장 등 자사 고위 인사 3명을 사내이사 후보로 지정했다. SM 현 경영진은 사내이사 후보로 장철혁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김지원 마케팅 센터장, 최정민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장을 추천했다.
이와 관련해 하이브는 "SM 현 경영진이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는 기업을 경영해야 하는 경영진의 요건에 부합하는 후보를 찾을 수 없는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고 비판했다.SM이 추천한 비상무이사 후보인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장윤중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전략 담당 부사장에 대해서도 "주주가치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특정 이해관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업 경영을 유도할 우려마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하이브의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지면, 과거 SM의 경영상 문제를 주도하고 승인했던 인물들과 주주가치 제고에 대해 일관성 없는 잣대를 적용해 온 얼라인파트너스 관계자들은 SM에서 의사 결정권을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사회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관 변경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준법감시인 제도 도입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 △산하 위원회 설립 및 독립적 운영 보장 등이다.이재상 사내이사 후보자는 "SM은 K팝 장르를 개척한 선구자로서 한국 음악시장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한 상징적 기업"이라면서도 "하지만 오랜 기간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경영 관리상의 문제점, 지배 구조상의 문제점, 그리고 멀티 프로듀싱 체제 도입의 지연으로 인해 SM의 매출 성장과 수익 창출력이 약화했고, 이는 회사의 가치에 대한 시장의 저평가로 연결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 멀티 프로듀싱 시스템을 수년간 추진해왔다고 강조하며 이를 "성공적"이라 자평했다. 그러면서 "실전 경험을 기반으로 'SM 3.0'의 실질적 추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자 한다"고 했다. 2차 저작권(IP) 사업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린 IP 콘텐츠 다변화 및 사업화 역량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글로벌 진출과 관련해 SM이 국내 시장 매출 비중이 76%에 달하는 점을 언급하며 "해외시장에서의 성장 없이는 제시한 사업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반면 하이브는 2019년 해외 매출 비중 70% 이상을 달성했다면서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북미 시장에서의 급속한 성장을 이루어온 기업의 입장에서 SM의 글로벌 확장 전략에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이 후보자는 SM과 하이브의 미래를 LVMH(루이뷔통모에헤네시)-불가리, 기아자동차-현대자동차 그룹에 빗대어 표현하며 양사가 함께 성장하는 "윈 투게더(Win Together)"를 방향성으로 제시했다.
그는 "불가리는 LVMH 그룹에 인수되기 전에는 장기적 성장 침체와 브랜드 가치의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었으나, 2011년 LVMH 그룹에 인수된 이후 크리에이티브의 독립성을 보장받으면서 LVMH의 아시아 유통네트워크를 활용해 신규시장 확장의 우수한 성과를 창출했다"고 전했다. 또 "기아자동차는 현대자동차 그룹에 인수되기 전 연 평균 2.3%였던 매출 성장률이 인수 이후 연 평균 11% 수준으로 상승했고, 판매량 또한 6배 이상 폭증함으로써 명실공히 글로벌 톱클래스 자동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5년 기준 연결 매출 1조 3500억원, 영업이익 2700억원 수준을 달성하는 계획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정진수 사내이사 후보자 또한 "SM 현 경영진이 제안한 'SM 3.'0의 사업 전략 자체는 하이브가 이미 성공적으로 추진한 내용과 유사해 K팝 산업의 성장 및 글로벌 음악 시장 내에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동일한 지향점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브는 금번 주주제안을 통해 현 SM 경영진 및 이사회가 이루지 못한 SM의 사업 성장과 기업가치 향상 등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려고 한다"며 하이브가 추천한 사내 이사들과 관련해 "하이브, NC SOFT 등 국내 대표 콘텐츠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던 IP, 사업, 재무, 법률 모든 측면에서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하이브는 주주 환원 및 보상 정책과 관련해 "향후 3년간 SM의 당기순이익 30% 배당 성향을 유지해나가고자 노력하고,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통한 주주 환원 정책 기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하이브는 캠페인 웹사이트 내 전자 위임 페이지를 마련하고 개별 주주들이 보유한 의결권을 간편하게 위임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하이브와 SM 현 경영진은 오는 31일 SM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을 앞두고 주주들의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앞서 SM은 최근 소액주주들에게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주주님께'라는 제목의 서한을 보내 "하이브 이사회는 당연히 새로운 사업 기회를 (SM이 아닌) 하이브에 줄 것"이라며 "주주님들의 이번 결정에 따라 당사의 미래는 아주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SM은 하이브와 업계 최대 경쟁사임을 강조하며 부정적 측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SM은 "좋은 연습생도, 좋은 곡도, 좋은 안무가와 공연 기획도 모두 하이브가 SM에 가지는 지분율보다 더 높은 지분율을 가진 빅히트(방탄소년단 소속사), 어도어(뉴진스 소속사), 쏘스뮤직(르세라핌 소속사), 플레디스(세븐틴 소속사) 같은 산하 레이블에 먼저 배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또 "하이브가 SM 지분을 최대 40%까지만 보유하고 나머지 60%는 일반 주주들이 가지게 되면 SM 주주와 하이브 주주 사이에는 이해 상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