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방위 압박…가격 인상 추진하던 샘물·고추장 '유턴'

식품업계, 줄줄이 가격 인상 철회
풀무원 이어 CJ제일제당도 가격 인상 백지화
농식품장관 "상반기 가격 인상 자제해달라"
사진=뉴스1
정부의 연이은 압박에 제품 가격 인상을 계획하던 식품기업들이 줄줄이 계획을 철회하고 나섰다. 지난달 풀무원에 이어 이달 CJ제일제당도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을 거둬들였다. 정부가 연일 식품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실태조사를 벌이며 전방위 압박에 나선 여파다.

CJ제일제당, 고추장·조미료 가격 인상 '백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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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이 이달부로 편의점 채널에서 단행할 계획이던 고추장과 조미료, 면류 제품 가격 인상안을 철회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달 28일 편의점 등 채널에 가격 인상 계획 철회 공문을 보냈다. CJ제일제당은 비용 증가 등 사유로 이달부터 편의점 판매용 고추장과 조미료 제품 출고가를 최대 11.6%, 면류 가격을 9.5%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실행에 옮기지 않기로 했다.

가격 인상이 단행되면 편의점에서 9900원에 판매되는 해찬들태양초골드고추장(500g)은 1만400원, CJ쇠고기다시다명품골드(100g)는 4300원에서 4800원으로 변경될 예정이었다.CJ제일제당 관계자는 "원가 및 비용 부담은 여전하나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당초 계획한 고추장과 조미료, 면류의 편의점 판매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풀무원 이어 CJ제일제당도…줄줄이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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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샘물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한 풀무원에 이어 CJ제일제당도 동결에 나선 모습이다. 이같이 최근 제품 가격을 인상하려던 식품기업은 줄줄이 계획을 철회 혹은 보류하고 있다. 소주·맥주 한 병 6000원 시대 논란이 불거진 주류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가 소주 가격 동결을 공식 발표했다. 국내 맥주시장 1위 오비맥주는 다음달 주세가 인상되더라도 당분간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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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작용한 결과다. 일례로 지난주 '서민의 술'인 소주 가격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자 경제 콘트롤타워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사실상 '인상 자제 요구'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정부는 업계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하면서 업계가 압박을 느끼게 만들기도 했다.

기재부는 소주 가격 인상 요인을 점검하고 인상 동향과 기업 수익 상황을 총체적으로 살펴보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업계를 담당하는 국세청은 주류업체들과 소통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식당·술집 등에 유통되는 유흥용 수입맥주 일부 제품 가격이 인상됐고, 향후 가정용 맥주와 소주 가격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경고에 나선 것.또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내 식품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올 상반기 제품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다. 정 장관은 식품기업 12개사 CEO가 참석한 '물가안정 간담회'에서 "최근의 식품물가를 엄중한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올 상반기에는 식품업계가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등 최대한 물가안정을 위해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당시 간담회에는 CJ제일제당 오뚜기 농심 롯데제과 동원F&B SPC 오리온 삼양식품 해태제과 풀무원 동서식품 매일유업 등 12개 식품기업 대표가 참석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식품업체들은 가공식품 물가안정에 협조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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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식품기업들은 가격 인상을 단행하거나 검토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요동친 글로벌 곡물 가격과 물류비 및 인건비 상승, 우호적이지 않은 원·달러 환율 움직임 등이 전방위적인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 여파다. 그 결과, 지난해 '서민의 술'로 불리는 소주와 맥주 가격이 인상됐고, 라면 식용유 장류 등 가공식품 가격이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원유값 인상 여파로 우유 및 유제품 가격도 오름세를 탔다.

정부는 이같은 움직임에 적극 제동을 걸고 나선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식품업계에 사실상 가격 동결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물가안정 대책을 내놨다.

정부가 이처럼 먹거리 가격 동향에 즉각 대응하고 나선 것은 최근 ‘공공요금발(發) 물가 상승’ 이슈가 연이어 불거진 상황에서 서민 동요를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물가 불황 속 필수 품목 가격 인상 흐름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선 정부의 시장 가격 개입이 과도하다는 지적과 함께 원가 상승분 반영이 필요하다고 한숨을 쉬는 분위기다. 또한 식당의 주류 판매 가격 인상 배경을 제품값 상승으로 돌리기는 무리라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 자제 요구 메시지와 간담회 등은 사실상 기업에 대한 압박"이라며 "공공요금과 물류비 및 인건비 상승 등 원가 상승 부담을 기업이 져야 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